새벽의 기침(起枕)

2017. 1. 1. 23:47Diary

겨울인데도, 마치 늦가을의 냉기만큼만 차가운 날들이다.

오전이면 하늘이 맑은듯하다가도,

늦은 오후에는 을씨년스러운 회색빛이 가득해.


그래도 겨울이라고,

어깨가 드러나는 웃옷을 입고 자고 일어날 즈음이면,

새벽의 냉기가 목과 어깨 사이로 스며든다.

그러다 불연 밖에서 경운기나 오토바이 소리가 날 것만 같다.


마흔 초반 정도 되셨었겠지?

두툼한 이불 사이를 밀고들어오는 스산한 새벽 바람에 잠을 깰때의 아버지 나이가.

예닐곱살 즈음에 어린 나는

밤같던 그런 새벽에 이불맡에서 담배불을 붙이고,

얼마 안되서 논밭을 살피러 나서던 아버지를

코와 귀로 알아채곤 했다.


그 때는 몰랐던 것 같다.

그의 이른 기침(起枕)이 

짊어지고 있었을 가족과 삶의 무게.

요즘에서야, 그 무게를 생각하게 된다.

딱, 잠에서 깨던 그 시간 즈음의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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