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택시승강장, 흉부외과, 전문의, 환자의 선택

2017. 8. 3. 22:06Diary

1.

지난 주 토요일 저녁 서울시 생활체육협회 아이스하키 4부 리그 경기에 나갔다.

슬라이딩으로 슈팅을 막다가 왼쪽 가슴에 퍽을 맞게 됐다.


2.

그러니까, 오늘이 목요일.

퍽을 맞은 곳의 통증은 여느 통증처럼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줄 뿐,

이따금 기침이 나왔지만, 뭐 냉방병이겠거니 했다.

아침에 가래가 나와 밖으로 나와 뱉었다.

희끄무리한 무엇이 아니라,

검은 무언가가 같이 나왔다.

자세히 보니, 가래 사이에 낀 빨간 피.


3.

선임 팀장께 양해를 구하고

청주 모처에 있는 흉부외과에 갔다.

시외버스 터미널 건물 옆에 있어서인지,

병원이 있는 건물을 빙 둘러서 대기하는 택시 승강장에 잘못 합류해

20분을 넘게 기다렸다.


4.

10시 20분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퍽을 맞았고, 통증이 있지만 참을만했는데,

오늘 아침 가래에서 피가 섞여 나왔다고 했다.

작은 병원이라 촬영장비가 없다고 한다.

옆에 큰 병원으로 가라한다.


5.

10시 57분.

맞은편에 있던 청주 하나병원에 도착 

접수하고, 흉부외과 가고, 엑스레이 찍으라해서

엑스레이 접수하고, 엑스레이 찍고

기다렸다가 상담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의자에 앉자 마자

의사 왈, 'CT 찍으세요!'

엥? 'CT요? CT 찍어야 하나요?'

그 다음 말은 환자가 선택해야 한단다.

찍고 싶으면 찍고, 환자 선택이라고.

그러고선 엑스레이를 보여주고선 갈비뼈가 '상했는데.'

폐 등 조직은 어떤지 엑스레이로 알기 어렵다.

그럼 찍어야지 싶어 CT를 접수하고,

CT 촬영비를 수납하고,

CT 촬영실 앞에서 기다리고.


6.

생전 처음 찍어보는 CT.

신발 벗고, 옷은 안 벗고,

올라가서 발 모으고,

양손은 머리 위로...

'방송에 따라 해주세요!'

'숨 들이마시세요.', '숨 내쉬세요.'

'다시 숨 들이마시세요.'...(반복)


7.

CT촬영후 흉부외과로 갔더니,

결과는 빨라도 2~3시간 걸린단다.

여기서 기다리지 말고,

다른 곳에 가서 기다렸다가 오라고.

결과 나오고 진료가능할 때 전화 하겠다고.

그 때가 11: 51분.

일단은 사무실로 복귀(40km)


8.

오후 1시 54분. 병원 전화.

결과 나왔다고.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

그 사이 이런저런 일이 있어 간단히 정리하고 

다시 병원에 도착한게 2: 28분.


9.

흉부외과로 직행.

의자 앞에 앉아서 5분 정도 기다렸나?

진료실로 들어가자마자

의사 왈'입원하셔야할 것 같습니다.!'

엥? 입원? 되물었다.

그리고 통원치료는 가능한가요?라고 물었다.

입원이든 통원치료든 그건 환자가 선택하면 된다고 한다.

이런 무책임한.

왜 입원을 해야하는지, 상태가 어떤지를 알려줘야 입원을 납득할 거 아닌가?

그제서야 CT사진이 보이는 모니터를 돌려보이며,

갈비뼈 골절이라고, 엥? 난 내 갈비뼈가 골절이란걸 이제 알았다 했다.

아까 알려줬었다고. 아까는 상했다고 하지 않았냐? 상한게 골절이지.

무슨 논리야?

그리고 폐 단층사진을 보여주며,

정상의 오른쪽과 비교해서 왼쪽의 폐 하단부는

중간의 무너짐과 구멍이 보였다.

그제서야 그 '무너짐과 구멍'에 대해서 설명.

'일개 의사가 하는 말', '전문의가 하는 말'이라고 비꼬듯 이야기하는데에서 빡침.

마주본 의사의 얼굴은 벌개져 있었음.

갈비뼈가 부러진것과 폐의 손상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입원을 제안했어야지.

자기들은 다 설명을 했데. 선택은 환자가 하는거래.

진료거부, 자료 받아서 다른 진료기관에서 받겠다고 했다.

나도 상기된 상태로 문을 향해 나서며,

'뭐 이런 병원이 다 있어. 서비스 마인드가 뭐 이래?'

그 잘난 전문의 들으라고 소리쳤다.

간호사 왈 '화를 참으시고...' 자료를 받을 때 작성해야할 서류를 내밀었다.


10.

작성한 서류를 1층에 내려와서

제증명 창구에 내밀었다.

'어떤 서류를 받아가야 하나요?'

의료진료 리스트 종류가 25~27가지는 체크할 수 있는 칸이 있었다.

'엥? 이것도 내가 선택해야하나?'

"난 이 병원에서 의사가 하는 진단을 믿을 수가 없어 다른 병원에 가려고 한다."

옆에 앉은 남자는 귀찮다는 듯이 뭐라뭐라....

흉부외과에 확인하고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발급해주면 될 것을.

영상자료 결좌 증명원과 NRS? 두 장을 받아 왔다.


11.

다시 사무실로복귀.

4시 7분.

오자마자 신촌 세브란스에 전화. 접수의뢰했더니 8월 12일(토)에나 가능하다고.

방금 그 '하나병원 전문의'는 갈비뼈 골절, 폐 손상이랬는데,

그러기엔 진료 받기까지 시간이 텀이 너무 길고.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외부 촬영 자료를 갖고 상급 3차 병원에 진료할 수 있다고.

'하... 하나병원은 모든걸 환자가 알아서 해야하는 곳이구나!'

전화해서 간호사에게 따졌다. '다른 병원 가려고 자료 달라고 했는데...'

'환자가 진료의뢰서 요청하지 않지 않았냐?'

'내가 그런게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

(옥신각신, 의사가 CT 보고서는 나를 걱정했네 뭐네, 그건 고맙고, 내 앞에서 안그런걸 내가 어찌 아냐?)

'진료의뢰서 5분 만에 작성해서 '제증명' 창구에 내려보내겠다.'


12. 

진료 의뢰서 받으로 다시 하나병원으로 

5시 26분

가는 길에, 아무래도 8.12 진료는 너무 멀어

충북대 병원이라도 가야할거 같아서 전화 했다.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정확한 전문과를 결정할 수 있다.

오늘은 5:50까지만 통화,

내일 아침 8시에 통화 가능하다.'

정말 거지같은 병원 하나 때문에 다른 병원 진단도 제대로 신청 못하고.

하나병원은 언제까지 가야 서류를 받을 수 있는지

전화해서 문의하니 자기들은 6시까지란다.

내비게이션 도착 예정시간은 6시 5분.


13.

서류는 이미 발급되었고, 받아만 가면 되는데.

지금 통화하는 직원에게 클레임을 하는게 아니다.

서류만 받을 수 있게 해달라.

그럼, 야간 담당의에게 부탁해보겠다.


14.

6시 4분. 병원 도착.

접수창구 앞에 가서

내 이름이 쓰인 '진료의뢰서'를 받아 나왔다.


병원에 대해서 한 마디 하자만,


청주 하나병원은, 환자가 모든걸 선택해야하는, 전문의가 있는 곳.


오후 3~6시 사이. 3시간 동안.

책임감이 무엇인지, 어떻게 무책임할 수 있는지,

그런 무책임을 비호하기 위한 시스템은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그 와중에 요청하지도 않은 '처방전'까지 처방해둔 그 전문의는

자기는 진단도 했고, 처방전까지 내렸다 그러니 책임 없다.처럼

기존 시스템을 면피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내가 전화로 이야기했듯이, '녹취라도 해야겠네요.'

'네, 정말 그래야 겠네요.'

너희들이 말하는 그 서류 상으로, 너희가 제대로 의료서비스를 했다는 걸 완벽히 증명할 수 없듯,

위의 내 글에 대해서도 태클 걸고 싶다면, 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