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감

2017. 8. 20. 21:55Diary

1.

그런 경우가 흔하지 않다.

갑자기 어떤 음식이 입안에 맴도는 일.

나에게 섭식은 말 그대로 섭식.

양분을 공급하는 하나의 행위.

일반적인 한국인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눈으로 보기에 말끔하거나 익숙한 음식을 먹어주는 일.


2.

짬뽕이 먹고 싶었다.

매콤한 국물에 쫄깃한 면.

이마에 땀이 조금 나더라도 닦아가며 먹으면 되겠다 싶었다.


3.

동네에 유명한 중식당에 들어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식당 앞에

3명의 남자가 우산을 쓰고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 안에 들어서서, 식당 주인 분이 나를 발견하길 기다렸다.

'한 사람인데요.'

'자리 있어요.'

'밖에 기다리는데요?!'

'맞는 자리가 없어요.'


4.

새치기 하는 것 같아 찜찜함.

우산을 입구의 바구니에 꽂아두고

2인석 자리에 앉았다.

혼밥, 혼자 먹는 짬뽕.

'저 오늘은 하마짬뽕이요. 혹시 덜 맵게 가능한가요?'

'가능해요.'


5.

자스민 차가 종이컵에 나왔다.

후후 불어가며 차를 비우고

얼마 안되서 짬뽕이 나왔다.

내 얼굴보다 더 큰 입구(?)의 사발에

짙은 주황색 국물를 덥고 있는 해산물


6.

조개를 걸러낸다.

걔중에는 입을 벌리고 있는 것도,

닫고 있는 것도 있다.

발라 먹기가 귀찮다.

입을 닫고 있는 것은 해감도 제대로 되지 않았겠다 싶다.


7.

'아, 바깥 세상이 입을 열게 하려고 해감을 하는 건데,

해감되지 않은 조개가 요리에 맞지 않아 버려지는 것처럼,

나도 닫고 지내는 건 아닐까?'

최근 2년사이에 난 세상에서 떨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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