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 즈음의 조무(朝霧)

2017. 10. 10. 09:05Diary

10층 아파트 창문 앞에 펼쳐져 있던 

너른 들판이 짙은 아침 안개로 뒤덮혀 있다.


안개 사이를 헤집고 움직이는 각진 짐칸의 윤곽과

그 것을 실은 트럭의 엔진 소리, 타이어 구르는 소리가

어릴적부터 갖었던 고요한 안개의 느낌을

분주한 아침의 이미지로 덮는 날이다.


응당 엊그저께 한로(寒露)가 지나갔으니,

그 의미처럼 늦가을에서 초겨울 무렵의 이슬이

증발하여 대지 위를 가득 매운 안개인가도 싶다.


안개 위로 햇빛이 비춰준다면

마치 은빛 바다가 일렁일만도 한데,

오늘은 안개가 너무 짙은 것인지,

안개 위로 구름이 빼곡한 것 때문인지

해마저 어디에 있는지 짚어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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