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작은 집, 다른 삶

2018. 2. 7. 16:46Book Reviews

어릴 때,
첫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과 만나면 받게 되는 질문이

그게 몇 단 기어의 자전거인가 하는거였어요.

 

앞 페달에 기어수와

뒷 바퀴의 기어수를 곱하면
15단, 24단 자전거도 있곤 했었어요.

 

20대 중반,

제대 후 대학을 복학한 뒤에 마련한 미니벨로는

6단으로, 매우 단초로웠어요.

 

20대 후반,

취직하고 마련한 첫 자전거는

1단, 싱글기어에요.

그것도 뒷바퀴의 기어는 코그(Cog)란 것으로 고정된

고정기어 1단(Fixed Single Gear) 자전거였지요.

 

어릴 땐, 화려한 디자인의 장난감,

높은 고층의 건물, 먹을 것, 볼 것이 많아서 도시가 좋았어요.


물론 지금도 도시가 더 편하지만,

그 복잡한 것에 대한 선망과 기대 때문은 아니에요.

 

도시 출신이 아닌,

이 곳에 내 소유의 땅과 집이 없는 입장이라,

2년 또는 3년마다 이사를 다녀요.

특히 첫 이사를 했던 2월을 주기로,

추운 겨울에 새로 살 집을 찾아다닌다는게

여간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아니에요.

 

그런 면에서,

황수현 씨의 '작은 집, 다른 삶'은

요즘 부쩍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매력에 빠진 저에게

'집'에 대한 고민과 상상을 현실로 끌어준 책이에요.

고단 기어의 자전거를

'우아'하게 바라봤던 어릴 때와 달리.

이제는 작고, 단촐해도, 내 삶을 담을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에 대한 상상을

먼저 만들고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총 9개의 소형 주택/건축 사례.

-실험적인 6 X 6 주택에서부터

-서울 종로구의 몽단주택

-자신의 미장원과 월세 수입을 바꾼 경기 군포의 까만집

-안팎이 바뀐 충주 문추헌

-80대 홀어머니를 위한 충남 아산 봉재리주택

-도로 확장으로 짤려나가고 남은 곳에 올린 기장군 반쪽집

-녹슨 철판 파사드가 매력적인 부산 동래구의 비온후 주택

-모듈러 하우스, 컨테이너 3칸으로 올린 목포 네모하우스

-음악을 담을 수 있는 제주 유수암주택

 

아직 용적율 같은 건축 용어들이 낯설지만,

언제고 갖고 싶은 내 공간에 대한 상상을

이 책을 통해서 가까이에 끌어봤습니다.

 

위의 사례 외에도,

'늘어나는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으로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 '이음채'

민간 주도의 공동체 주거 문화 프로젝트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가좌330'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좌330에 이은
두번째 프로젝트 '토끼집'이
2014년 남가좌동에 완공됐다고 하네요.)

 

 

책은 쉽게 읽히고,

소개글 말미에 오는 설계도와 사진들으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