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 박완서의 글에 대한 하응백의 칼럼

2008. 10. 19. 21:47Book Reviews

마을에 여자들만 남게 되자
서로 모함해서 생사람 잡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 모함하고 싶고 죽이고 싶은 충동은
마을 어귀에 있는 분교 건물서부터 왔는데,
그곳에 국군이 머무르느냐 인민군이 머무르느냐에 따라서
미운 사람 빨갱이로 고발하고 싶기도 했다가
반동으로 쳐죽이고 싶기도 했다가 했던 것이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씨의 평처럼 6·25전쟁은
남성중심의 이데올로기 전쟁이였다.
그렇기에 "생사람 잡는 일"의 피해자 대부분은 남자들이였고,
그 남자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여성들에게 억척스러움이 필요하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근원적 고정관념에 대한
무조건 적인 비판은 아니다.
하지만, 남성성으로 대표되는 폭력적 이미지와
그런 성향이 권력 쟁취와 맡닿아 있는 지점에서
다수의 비권력의 남성과 여성들에게는
자기변화에 대한 외부의 강압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소수에 지나지않는다.
그리고 그 소수는 대부분 남성집단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사회적인 책무(대표적으로 군복무)는 등한시 하면서,
이를 이념화 하여 다수의 남성들에게
남성의 사회적 의무(제도적, 문화적)를 지게 만든다.
또한 대부분의 여성들에게는 여성성을 신성화(모성, 어머니)하여
가정과 남성집단에 대한 일방적인 봉사
(그 수혜자는 남성이기 때문에 동일한 방법으로는 갚을 수가 없다.
자본과 같은 물질적인 보상 또는 물리적인 보호로 환원될 뿐이다.)의 틀에 귀속시키려한다.

 

남성은 종래의 남성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가정을 혼자 이끄는게 아니라,
가정을 함께 꾸린 여성과 함께 Co-리더가 될 필요가 있다.
종래의 가부장적 전통에서 부리던 권력에 대한 향수를 버리고
가정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여성은 좀더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강하다기보다
자식들을 모성애로 지켜줄 수 있었을 때를 의미하는 것이다.

모성애 자체가 부성애와 달리
상대적으로 가족 구성원에게 무조건적인 헌신으로 환원되기 때문에,
여성을 가정에 얽메고
자신의 삶 대부분을 가정을 위해 희생하게끔 만든다.
(부성애가 사회적인 역할모델로
가정의 외적 범주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데에서
모성애와 달리 가정 외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