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다리 걷어차기

2011. 11. 8. 16:39Book Reviews

현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현 개발도상국들과 유사한 발전 단계에 있을 때 갖추지 않고 있던 제도를 강요함으로써
이들에게 이중 잣대를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불필요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제도를 강요함으로써 이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들이 '국제적 기준'에 맞는 재산권과 기업 지배구조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국제적 수준의 변호사들과 회계사들을 양성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현 발전 단계에서 개발도상국들에게 더욱 절실할 수 있는교사나 엔지니어의 양성에 소요될 자금이 어쩔 수 없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현 선진국들은 정책 분야뿐만 아니라 제도 분야에서도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제도와 관련된 상황은 정책과 관련된 상황보다 더욱 복잡하다.
비록 제도의 정확한 형태가 중요하지만 권고되는 다수의 제도들은 정책의 경우와는 다르게 개발도상국들에게 유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제도들은 그에 '적절한' 정책들과 결합할 때에만 그 잠재적 혜택을 완전히 달성헐 수 있을 것이다.
제도의 향상은 정말로 비용이 드는 일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제도'를 권고하는 행위가 사실상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변화되는가의 여부는권고된 해당 제도들의 정확한 형태와 질, 그리고 해당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 주어지는 시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모든 면에서 최근의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현 선진국들의 제도 개혁을 위한 압박은 그리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장하준, '사다리 걷어차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