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행복

2012. 3. 27. 17:27Diary

 

프랑스경제가 불황으로 빠져들고 있던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인 아마르티아 센과 조지프 스티글리츠 그리고 프랑스 경제학자 장 폴 피투시를 발탁해, 사람들의 사회 경제적 진보를 좀 더 효과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연구해 줄 것을 의뢰했다. 그리고 그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제는 경제 생산량 측정만을 강조하는 방식에서 사람들의 행복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옮겨가야 할 때다."

 

또한 보고서는 정부가 통상적인 경제 데이터를 다른 정보들(예컨대 국민들의 행복도 등)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국민 대다수가 불교를 믿는 부탄에서는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GNH)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개념을 사용하여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가늠한다.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Jigme Singye Wangchuck) 전 국왕이 1972년에 이 말을 만들었으며, 36년이 흐르고 그가 왕좌에서 물러난 이후인 2008년에 부탄은 최초로 민주적인 총선을 실시했다. 그리고 부탄 국민들은 세계 최초로 GNH 지수를 만들어낸 왕당파 의원들로 구성된 정체의 수립에 동의했다.

 GNH지수는 9개영역(심리적 웰빙, 지역 사회의 활력, 생태계, 좋은 거버넌스(통치), 시간 활용 등)에서 70가지가 넘는 변수를 따져 산출된다. 또 다양한 행동에 대해 점수를 설정한다. 사람들이 기도나 명상을 자주 하거나 가족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면 행복 점수가 올라가고, 스스로 이기적이라고 느끼면 행복 점수가 내려간다. 하지만 좋아하는 어떤 행동을 많이 할수록 반드시 바랍직한 것은 아니다. 부탄인들이 즐기는 랑타브라는 전통 박치기 경기도 삶의 행복도를 위해서는 한달에 한두 번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돈도 행복 지수를 높여주긴 하지만, 연간 가구 소득 7만 597눌트룸(약 1550달러)를 넘어가면 재산 증가가 반드시 행복을 증가시키지는 못했다.

 

일상의 용어로 쉽게 말하면, 많은 돈을 번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신자유주의 기조를 달리면서, 영국과 미국의 노동시장은 고용주의 입장에서 유연화 되었고, 연봉제 단기 노동계약 관계가 급속히 확산됐다. 고용주-노조의 관계가 고용주-피고용인 개인의 관계로 변화됐다. (미국 경제의 활황기였던 1940~60년대 후반, 미국의 노조활동도 정점이였다.)

소수의 고액 연봉 계약자들이 남았고(다수의 생산직 일자리는 중국과 같은 신흥공업국으로 이전되었다. 미국내 서비스 일자리는 중남미의 저가 서비스 인력으로 대체되고 있고, 미국은 이것이 사회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연봉 계약자들은 고용불안을 안고 있으며, 장기적인 비전보다 단기 성과에 매달려 있다.

 

한국의 상황도 1998년 IMF 구제금융을 맞이하고 부터 미국의 이런 경향을 답습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미래 비전보다 단기 수익에 목을 매고 있고, 대기업 조직원들은 길게는 1년주기,

짧게는 2~3개월 주기의 조직개편 속에서 자기 비전과 동떨어진 길을 밟고 있다.

소수는 급여수준이 개선되었겠지만, 행복이라는 관점에서는 더욱 팍팍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생산직과 서비스 일자리는 대체가능한 수준으로 쪼개거나 나누어 비정규직과 일용직을 만들어내어 하위계층으로 채워가며, '내부식민지'화 하고 있다.

(만약, 한국도 미국이 중남미 저가 인력이 유입되었듯, 아시아 저개발국가 인력이 유입되었다면 민족갈등까지 유발됐을 것이다. 한국 정부 자체가 이민정책이라할 만한 것이 없고, 문화적으로 타인종 특히 아시아 저개발국가 사람들에 대한 배척이 심하기에 아직은 제한적 상황에 머물고 있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물질적 부가 제법 풍부해졌다고 하지만, 그 부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정책적 확산은 없었다.(전무했다기 보다, 그에 역행하는 정책들...

 

 미국의 1920년대와 2010년대에 사회 부의 집중도는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1920년대는 거대 산업자본에 의한 부의 집중이였기에, 그들이 창출한 수백만 생산직 일자리가 있지만, 2010년대는 소수의 금융자본을 유지하기 위한 수천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2010년대 Occupy Wallstreet을 외치는 그들이 I've got sold out은, 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특히 기본적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