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립티오 콘티누아(Scriptio continua) : 띄어쓰기, 단어의 구분

2014. 1. 6. 22:27Communication

 

스크립티오 콘티누아란(Scriptio continua)?

 

만약에우리가쓰는단어들을띄어쓰기없이그대로이어쓰게된다면어떨까요이해가될까요오늘은과거11세기전까지유럽그리고지금의태국어와일부자바에남아있는스크립티오콘티누아에대해서간단히정리합니다.

 

 

위 문장을 쭉 따라 읽어보세요.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와 쉼표, 느낌표나 물음표가 없어도 

이해하기 그리 어렵지는 않죠?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어이기 때문에, 

저렇게 이어쓰더라도 

머리속에서는 단어를 나누고 

의미를 분절(Dividers)하여 해석하기 때문이겠죠.

 

Scriptio continua(스크립티오 콘티누아, Continuous Script)는 라틴 말로,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와 글자 이외의 어떤 표시(쉼표,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 등)를 쓰지 않는 것"

 

을 말합니다.

서기 약 1000년 전까지 

일반적인 그리스어와 리틴어가 그러했고, 

현재는 태국어와 동남아시아의 방계언어(자바어, 발리어 등) 

그리고 중국어와 일본어에도 아직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Vergilius Augusteus, Georgica 141ff, written in capitalis quadrata and in scriptio continua.

 

의미의 분절과 지식의 대중화.

 

사실 인류가 시간이 지나면서

기록의 필요를 깨닫고, 문자를 발명했지만,

처음부터 그 문자를 의미단위로 기록하진 않았을 겁니다.

메소포타미아의 최초 도시 우르 등지에서 발견된 석판의 기록들은

대부분 수사(수를 기록하기 위한)와 같이,

상거래나 농업 잉여물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였으니,

기표가 차츰 기의를 내재하기 이전 시대 전이라고 가정할 수 있을테니까요.

특히 영어의 알파벳과 같은 표음문자는

발음하는 그대로의 의미를 고스란히 전달했을 것입니다.

 

표의문자는 각 글자에 고유 의미가 있기 때문에

동일한 발음이더라도 맥락으로 파악한다거나상대적으로 더 기록에 의존하며 발전해왔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의미 부여를 위한 배열법이 차츰 발달해왔구요.

 

물론 스크립티오 콘티누아로 적혀 있던 글이라도, 

당시에 그런 글을 읽을 수 있었던 위치의 사람(학자, 종교인 등과 같은 지식인층)들은 

읽는 과정에서 분절하여 읽었습니다. 

연속된 글쓰기로 기록되어진 글이지만, 

그 기록을 향유하던 사람들은 

그 의미를 이미 분절하여 맥락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라틴어에서 스크립티오 콘티누아는 대문자 알파벳으로 쓰여졌다고 하네요.

FOREXAMPLEINTHETIMEWHENINEEDTOWRITEONENGLISH 

(For example, in the time when I need to write on english) 이렇게 적었다는 거죠.

인터넷 시대, 스크립티오 콘티누아의 흔적 그리고 지식의 확산.

 

스크립티오 콘티누아가 아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있어요.

우리가 요즘적고 있는 이메일 주소나 전자도메인에 그 흔적이 남아 있는거죠.

www.thenorthface.com 에서 중간의 the north face가 그렇하듯요.

 

스크립티오 콘티누아가 점차 사라지고,

알파벳 또는 단어로 기록된 언어들이 차츰 의미의 단위로 나뉘어 기록되는 것은,

그 기록물에 대한 이해를 보다 쉽게, 그 지식이 보다 빨리 전파하는데 도움이 되었죠.

 

말은 생각을 끄집어내는 도구이지만,

그 도구가 때로는 생각의 바탕이 되는 '앎(knowing)'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Scriptio Continua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면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이 언어가

우리의 사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활자인쇄물에서 전자출판물로 변해가는 언어생활에서 

어떤 변화가 초래되고 있는지도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