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누군가를 규정하는 정체성

2015. 5. 8. 11:04Diary

기억이 고스란히 그 사람의 Identity를 이루는 퍼즐 조각이라면,
맞춰진 퍼즐 조각이 깨져버린 상태는 뭘까?
단편의 기억들은 있지만, 그 기억을 맞물려 있지 않은 상태.
한 개인의 아이덴티티라는게 비단 한 개인의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사고로 머리를 다치신지 거의 7주가 되어간다.

생명이 위독하다는 말을 들었던 처음과 다르게,

매주 육체적으로 호전되는 상태를 지켜보며 안도를 하면서도,

이따금 내뱉는 거친 말과 과거의 기억이

자기 '본능'에 충실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술에 취해 이성을 놓았었던,

과거 아버지의 모습처럼.


아버지를 서운하게 할 때마다,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로 역정을 내시지만,

내 기억에 아버지는 감정이 앞선, '술에 취한', '담배 연기에 쩔어 있는'

가족보다 남의 시선을 더 의식하는 그런 기억이 우선한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어떤 사람이였나? 어떤 사람일까?

그 '기억됨'이 자기규정 못지 않게 

정체성을 구성하는 부분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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