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상상력은
우리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서
각자가 잊고 지냈던 경험을 발굴해 내는게 아닌가 싶다.
그러려면 일단 의미있는 경험이 많고 봐야하니,
남이 깔아놓은 방석을 찾아다니기보다
자기 스스로 바삐 돌아다니고 먼저 나서서 부지런을 떨지 않고서는
일상적이지 않는, 특별한것에도 조차 의미를 갖을 수 없는
경험의 빈곤에 빠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무릇 그런 일상의 것들이 쉽게 적어질 것 같으면서도
매일 쓰는 일기가 어색하듯이
전문적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지어내는 작가의 문장에 못미치는게
나같은 보통 사람들의 수준이다.

2002년.
그러니까 대학을 갓 입학하고서
맑은 정신에 사회의 곳곳에 팽배해 있는 부조리에 대한
거친 시선을 잠재우고자 읽기 시작했던 글이
박완서씨의 소설과 산문들이었다.
대부분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작가의 어린시절과 동무,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정감이 가는 일상의 것들로 채워넣은 것이
마냥 내 어머니의 수기같았다고나 할까?

최근 다시 박완서씨의 '호미'라는 산문집을 읽으면서,
그때, 내가 처음 그의 글을 접하고 심취했을 그 첫 여름방학과
지금, 다시금 그의 글을 읽으며 새내기 시절을 회상하는 마지막 여름방학의 모습이
공교롭게도 어릴적 내가 살덜 곳에 대한 회상으로 통하고 있었다.

요즘 서점가에는 왜 그리 입시서적과
교양서적이라고 하여 경영학, 처세술 관련 서적이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글쓴이의 경험이 곧 나의 경험이 아니면서도,
그렇게 따라하면 돈과 명예를 얻는 소위 성공에 왕도인 것마냥 적어내는 그런 글들에서
누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을 끌어낼 수 있을까??
이런 것들만 생각하면 인간의 역사를 통하는 철학과
허구일지라도 그 누군가의 삶이나 사회를 관통하는 '대하'의 소설들을 회피하는 세태 속에서
깊은 사색과 풍부한 감성을 찾아낸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만하다.

 

꼬랑지 : 내가 박완서씨의 글을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소위 대학 고등교육까지 받은 사람들이 박완서가 누군지 모른다는게 조금은 아쉬움을 주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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