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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권한 위임의 기술

Renopark 2022. 11. 7. 10:50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복잡하고 불확실한 경쟁 환경에서 유연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경영 컨설턴트들이 문제조직을 진단한 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처방전은 무엇일까.

답은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권한 위임은 경쟁력 있는 조직을 위한 최고의 처방전임에 틀림없다. 권한 위임이란 처방전을 한 번이라도 사용해보지 않은 조직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런 최고의 처방전에도 불구하고 권한 위임을 시도한 조직 중 정말 건강하고 경쟁력이 있는 조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권한위임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사용한다는데 있다. 대표적인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권한은 한정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주면 그만큼 권한의 양이 줄어든다. 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주기만 하면 그 사람은 잘 행사할 수 있다. 권한은 스스로 찾아 먹는 것이다. 권한 위임이 필요한 조직이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조직도 있다.

둘째 원인은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 실제 마음먹은 만큼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정보사회에서 더 이상 피라미드식의 조직운영은 안된다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 또 수많은 정보와 의사결정 변수들에 둘러싸인 조직에서 모든 것을 혼자 해 낼 수는 없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강요에 의해서 다른 한편으로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다른 사람에게, 특히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한 조직을 만든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권한들이 제자리로 돌아와 있음을 보게 된다. 다시금 경영자가 또는 임원들이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 있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권한 위임을 실행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경쟁력 있는 조직의 핵심 요인이라는 권한 위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일부나마 그 해답이 이 책에 있다.

 

권한 위임은 영향력의 창조적 분배과정

이 책의 저자들은 잘못 알고 있는 권한 위임의 의미들을 수정하고 있다.
권한 위임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영향력의 창조적 분배라는 것으로 이해해야 옳다. 권한 위임의 본질은 상호 간에 영향을 줌으로써 서로의 능력을 키우고 더 많은 권한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데 있다. 권한은 한정되어 있어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주고 나면 준만큼 줄어드는 제로섬(zero-sum)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권한은 무한정 늘어나는 플러스 섬(plus-sum)이다. 권한위임이란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 지식을 주는 것이고 지원하는 것이며 그들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동일하게 행동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결과 상호 간에 정보, 지식, 심지어 감정의 공유가 일어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간의 영향력이 오히려 증가한다.

 권한위임을 영향력의 창조적 분배로 알고 이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조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리더십이란 선택된 소수가 아닌 모든 직원으로부터 발현된다는 것을 믿는다. 직원들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권한이 있을 때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리더는 정보를 영향력의 중요한 원천으로 여긴다. 그래서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모든 직원과 함께 공유한다. 관리자는 촉진자 혹은 코치의 역할을 한다. 직원 개인을 존중하고 지원해 주는 문화를 구축한다. 모든 직원은 주인의식과 기업문화의 영속화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직원과 관리자는 함께 해답을 만들어 간다.

권한 위임을 실현하는 조직의 장점은,
무엇보다 직원들의 재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한다는 것이다. 당면하고 있는 특정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권한 위임 조직은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데 탁월하다. 자기 부서가 아니면 조직 전체에서, 그것도 아니면 조직 외부에서까지도 사람을 찾아 그에게 권한을 맡긴다. 권한을 이동시키는데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 명의 탁월한 리더가 조직을 매점매석하지 않는다. 관리자는 영웅으로서 항상 통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해답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통설을 믿지 않는다. 그보다는 재능과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그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업무와 책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한다.

 

권한 위임 조직을 만드는 방법

그러면 권한 위임 조직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들은 권한을 무조건 주기만 하면 권한 위임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권한 위임에도 역량이 필요하다. 정보 제공, 리드, 코칭, 봉사, 동기부여 등이 바로 그것이다.

 

권한을 위임하는 첫번째 걸음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리더 자신이 먼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보가 없을 때는 자기가 아는 것에만 매달린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한정시킨다. 때로는 아이디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있는 척한다. 반면 정보가 있을 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 분야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다. 그러므로 권한 위임 조직이 되려면 먼저 관리자들이 업무수행과 성과 달성에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보를 지식과 지혜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은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의 역량을 개발시킨다. 이룩하려는 성과의 질을 향상해 준다.

 권한위임으로 가는 두 번째는 리더의 역할이 상황에 따라 여러 사람에게 옮겨 다니도록 하는 것이다.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수직적이고 다단계의 계층화된 조직보다는 수평적 조직구조가 되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라인은 모든 사람에게 연결되고 전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소수의 고정되고 경직된 것이 아니라 다수의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되어야 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리더십이 한 사람에 의해 발휘될 수가 없다. 더 이상 리더 혼자서 모든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다. 그보다는 서로를 지지하는 둘 이상의 사람들이 리더십이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의사결정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 이런 조직에서 리더들의 역할은 자원 제공과 문제 해결을 위해 경험이나 직관력을 제시하는 것이다. 시의 적절한 질문들을 던지고 결과를 유추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에 관련되거나 그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을 만한 모든 이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리드하려 하기보다는 일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만일 리더 자신이 잘 모른다면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이 그 일을 하도록 리더 역할을 이동시켜야 한다.

 권한위임의 세 번째 단계는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알고 그들에게 투자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실제적으로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가 코칭과 멘토링이다. 코칭과 멘토링이란 리더 자신이 알고 있는 것, 가치를 부가할 수 있는 것, 또한 그것을 알아내는 방법, 조직에서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 깊고 지속적으로 생각할 시간을 마련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나아가 코칭과 멘토링은 대화하는 것이다. 독백이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그 이상을 하는 것이다. 권한 위임을 실천하는 대화에는 특별히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 예를 들면, 가능성과 창조성을 암시하는 언어, 어떤 도전 과제에도 맞서고 기회를 발견하려는 언어, 참여적이고 상대방에게 주의를 집중하는 언어, ‘나’보다는 ‘우리’라는 표현으로 팀워크를 암시하는 언어 등이다. 코칭과 멘토링에서는 언어뿐 아니라 실천하는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리더는 말한 것을 반드시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실행에 옮기는데 실패하는 것은 곧 권한위임에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칭과 멘토링은 더 나아가 상호 간에 협력하는 것까지 확대된다. 협력이란 모든 사람이 승리와 권한을 공유하는 것이다. 상호 간 책임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다. 조직을 위한 가치를 함께 창출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상호 간의 의존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권한위임으로 가는 네 번째 단계는 봉사이다. 그린리프가 말한 서번트 리더십을 실천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조직의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누가 있는지를 제대로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경영층이 꼭대기에 있고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권한 위임 조직에서는 고객이 맨 꼭대기에 있다. 그다음이 직원이고 경영층은 맨 밑에 있다. 그래서 권한 위임을 실천하는 리더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항상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인다. 직원들이 고객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직원들을 3R의 관점에서 대한다. 즉 존경심(respect)을 가지고 대하고 그들이 필요한 자원(resource)을 적시에 제공하며 지속적인 성취가 가능하도록 직원에 대한 재투자(reinvestment)를 한다. 서번트 리더십을 실천하는 회사에서 리더는 봉사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리더십은 이러한 리더를 따르는 팔로워에 의해 부여된다.

 권한위임의 마지막 단계는 동기부여이다. 그러나 이것은 관리자가 다른 사람들을 동기부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동기부여란 오직 자기 스스로가 해야 한다. 관리자는 단지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촉진해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사랑하는 일을 찾도록 해 주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을 배우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권한 위임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비전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그리고 개인비전을 회사 비전과 연계시켜 줌으로써 회사의 비전이 자신과 관계가 있는 것임을 알려 주어야 한다. 비전 달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학습하고 성장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책임감을 줌으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성취한 것들에 대해 순수한 마음으로 격려해 주어야 한다.

이 책은 권한위임에 대한 이론이나 개념 설명보다는 실천을 위한 가이드북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개념의 연결고리들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좀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권한 위임을 상호 영향력의 창조적 분배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실천적 방법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권한 위임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