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리데기' 中에서
그가 우리 방에 들어와 풀어놓은 것은 우선 아이들 먹으라고 월병이 한 상자였고 뒤이어 우리집 식구들을 위하여 입쌀 한 자루에 옷수숫가루 세 포대와 기름 두 통에 밀가루도 있었다. 우리는 누가 권하기도 전에 상자를 뜯고 비닐포장을 헤쳐 월병을 양손에 두 개씩 움켜쥐고 아구아구 먹었다. 다디단 속 고물에 혀가 녹는 것 같았다. 내가 나중에 런던 와서 오븐에서 갓 구워낸 파이를 베어물다가 세상에 그때의 그 월병과 같은 음식은 다시는 먹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비애를 그리는 할레드 호세이니의 장편소설 '연을 쫒는 아이'나 '천개의 찬란한 태양'처럼 소설은 밝은 이야기보다 힘겹고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 끊질긴 생명력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마음 속에 짖은 감성을 불러일으킬 때 감..
2009. 4. 13.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