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형제가 있었다.
2008. 12. 15. 18:48ㆍDiary
절친한 형제라서 매일 연락하고 그런 사이는 아니다.
6살 터울에 형과 그 위로 9살 터울의 큰 누나 그리고 가장 가깝다고 느꼈던 2살 위의 작은 누나까지.
내게는 3명의 형제가 있었다.
예전에 아버지가 다치셨다는 소식에 급히 작은 누나와 큰 누나 집으로 향했다.
큰 누나의 차를 빌려타고 시골 집에 다녀올려고 했다.
작은 누나와 전철을 가는 도중 무슨 이유에선지 언성이 높아졌다.
언제까지나 내가 어린 동생이 아님에도
나의 일 하나 하나에 간섭과 참견한다는 심정으로 거친말을 쏟아냈다.
너와 나는 아무 관계도 아니야. 그냥 한 부모 아래에서 태어나서 유전적으로 비슷할 뿐이지.
우리의 관계는 우리가 만든게 아니라 우리 부모에 의해서 만들어진거니까,
네가 그렇게 내 인생에 참견할 수는 없어.
하지만 부모가 만들어준 그 관계를 누구보다 잘 이용해 먹었던 사람은 나다.
내 입에서 먼저 요구한 적은 드물었지만, 동생으로써 양보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만 하고,
재수한다고 내 뒤를 봐줄 때에도 그냥 그렇게 묵묵히 받아만 왔던 나였다.
군대에 다녀오고 이제는 혼자 내 삶을 꾸려가고 있다.
15평 남짓의 작은 방 한 칸에 내 몸을 누일 공간을 마련해놓고,
일년에 한 두번 친구들이 올까말까 가끔 친구들도 들여놓는다.
작은 누나는 나 제대할 적에 이미 좋은 형을 만나 결혼했고,
난 그렇게 혼자 놓여졌다. 지난 25년 동안 느꼈던 것처럼.
하지만,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러 영국에 가겠다는 말에
형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나에게 부족한 건 돈만이 아니였구나.
내게도 형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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