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송길영, '상상하지 말라' 리뷰

2022. 11. 9. 15:42Book Reviews

제가 트렌드 추종이 느린 건지, 송길영 님을 알게 된 건 3ProTV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약 2년 전쯤이었던 거 같네요.

'빅데이터'는 2010년 소셜미디어의 폭발부터 사용자, 고객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재료(Source)로 각광받아왔어요. 모바일 기기의 App이나 인터넷 통해 사용자와 접점을 갖고 있는 제공자들은 직접 사용자, 고객의 행태(Behavior)를 분석할 데이터를 모을 수 있게 되었고요.
이런 와중에 이 책의 작가 송길영님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시장 트렌드에 대한 지식, 통찰을 대중들과 나누는데 앞선 분으로 주목받아왔죠.

저도 모바일 채널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지만, 주면에 사업하는 대표분들 보면 '빅데이터'라는 큰 트렌드만 주워듣고선, 수집할 데이터에 대한 목적 자체는 없이 무작정 쌓아 두다 보면 도움일 될 거란 접근 모습을 마주할 땐 답답합니다.
'우리에겐 데이터가 있어!'라고 주장하는 거지, 사실 그 데이터들 대부분 목적 설계가 되지 않은 채로 저장만 되고 있어, 사용자 행동의 의미를 발굴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있으니까요. 여하튼, 이런 현업의 답답함도 공감받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초판과 개정판의 차이

주의할 점 한 가지!
이 책 초판은 2015년 3월 20일이에요. 그리고 2019년 5월 24일에 개정판이 나왔고요.
저는 개정판의 전자책을 빌렸는데요. 종이책의 페이지 넘김도 좋아 종이책을 빌렸더니 초판이더군요.
개정을 통해 내용도 바뀌었겠지만, 무엇보다도 문체가 경어체로 바뀌었습니다. 더 친숙하고 다정하게 다가와요.
책 말미에서도, 수요자에게 애정을 가지란 내용이 있는데요. 개정을 통해 책이 더 친근해졌습니다.

 

프롤로그

제대로 관찰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데이터 분석은 사람의 마음이 반영된 데이터를 분석해 인과관계를 규명해내기 위함이래요.
-모바일이 대중화되면서 기록된 내용, 시간, 심지어 장소를 통해서 기록자의 맥락과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거죠.
-편견 없이 제대로 보는 관찰의 힘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런 수단으로 데이터를 강조하는 거지, 데이터 맹신은 금물이라는 거죠.

 

1장. 허상 : 당신의 상식은 상식이 아니다.

 저도 기억하고 있는 1990년대 후반 SKT의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카피가 시간이 지나면서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고요. 당시에는 접속을 끊어라라는 의미였다면 2010년 리메이크 광고에서는 '어디에서든 접속할 수  있다.'라는 의미란 거예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는 거니, 나의 상식에 매몰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쇼핑의 의미도 구매에서 경험으로 바뀌고 있다고요. 저렴한 가격의 물건은 온라인으로 쉽게 살 수 있으니, 오프라인 몰은 제품을 경험하는 공간이 되고 그와 함께 Food&Beverage는 그 경험을 유도하는 포지션이 되었다고 해요. 과거에 중심 가치는 주변으로 밀리고, 오히려 주변 경험이 강력한 유인동기가 된 거죠.
 일상과 일탈, 과거 일탈로 분류되던 것들이 일상이 되었다면, 일탈에 대한 기대수익 또 일상만큼 낮아지겠죠. 그러니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일탈의 지점을 찾아내 비즈니스가 대응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 외에도 세탁기에 대한 유럽 국가(영국, 프랑스, 독일) 내에서 조차 그 인식이 다르듯, 우리가 젖어 있는 지역과 계층 등 자신이 속한 집단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현실-사실을 왜곡한다고요. 삶을 형성해온 이해-경험이 소중한 자산으로 켜켜이 쌓이지만, 세상과 맞지 않은 기득지가 될 수 있다는, 유효기한 지난 상식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는 거예요.
 세상의 변화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본래 의미로 상식(Common sense)을 현재시제로 계속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겁니다.

 

2장. 관찰 : 상상하지 말고 관찰하라.

 인간의 욕망은 사회 전체적 맥락 안에서 부딪히면서 변형되거나 새롭게 구성돼요. 그에 따라 어떤 비즈니스는 지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빈자리를 채우는 거죠. 그 변화를 상상에 의지하지 말고, 데이터, 기록을 기반으로 판단하라는 거예요. 그러려면 상상 전에 검색(Searching)과 관찰이 필요하다는 거고요.
 데이터가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를 넘어서,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추동한다는 데에 더 큰 위력이 있다고 해요. 과거 정보 비대칭이 심할 때는 끌려가기 마련이던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은 정보 접근자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거죠. '내가 해봐서 다 안다'가 힘을 잃고, '데이터가 밝히는 사실'이 의사결정의 토대가 된다는 말입니다.
 -1단 : 일상 속 관찰을 통해 재미있는 통찰을 얻는 것.
 -2단 : 데이터
 -3단 : 데이터를 통해 얻은 의견을 상사와 합의할 수 있는 가.
사실을 관찰하고 2, 3단의 과정에 데이터가 뒷받침할 수 있다면, 데이터의 효용이 커진다고 해요. 그러니 섣부른 상상보다, 가설(편견)을 없애고 관찰을 통해 진실을 보는 게 첫걸음이란 거죠.
 관찰의 눈 또한 사물-상품 보다, 그 사물을 사용할 사람에 두라고 해요. '좋은 제품'은 오롯이 제공자의 관점이 잖아요. 그 제품을 구매할 사람의 맥락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좋기만 한' 제품이 된다는 거예요. 좋은 제품을 압도하는 새로운 제품과 대체품은 등장하니, 그 제품을 사용할 사용자-고객의 삶에 관찰의 눈을 두라는 거죠.

 

3장. 변주 : 지금의 상식을 차용하라.

  일상과 일탈 당연히 일탈에 돈이 모이죠. 그 둘의 경계가 명확하다면 고민이 덜할 거예요. 사물이나 제품의 가치가 절댓값을 갖지 않기 때문이에요. 맥락(Context)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거고, 동일한 상황에서도 어떤 관점을 차용할지도 중요해집니다. 이런 맥락을 잡기 위해 미묘한 변주와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추적이 필요하다고 해요. 그 추세에 판단자의 전략을 얹는 거죠.
 익숙해진다는 것은 감각을 총동원할 필요 없이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에 반해 새롭다는 것은 환경에 대한 기득지-과거의 상식이 없는 곳에서 본능적으로 오감을 깨워야 하는 상태를 말하고요. 이렇게 오감을 깨우는 긴장된 상태를 뇌는 '떨림'과 '흥미로움'으로 착각하는 거고요. 그렇다고 새로움을 마냥 완전히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늘 있던 것에 '낯섦'을 부여하는 것으로도 가능해요. 작자는 석촌호수 위의 1톤짜리 러버덕을 그 예로 들고 있고요.

 

4장. 통찰 : 보고도 모르는 것을 보라.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어떤 힌트를 얻는지는 관찰하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더욱이 인간의 내면에는 상황에 따라 N개의 자아가 있기 때문에 관찰의 결과를 해석하는 관점도 자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찰을 어떤 기준으로 해석할지는 역시나 맥락(Context)을 고려하라고 해요. 고정된 사실이 아닌, 어떤 맥락 안에서 특이할 지점(Anomaly)을 잡아내기 위해서죠.
 우리가 돈으로 할 수 있는 일보다 돈 그 자체를 추종하는 착각을 하듯이, 데이터는 데이터에 담긴 '이해', '의미'를 위한 수단입니다. 촬영 장소에서 카메라 같은 데이터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카메라를 통제하고 결과물을 편집하는 것은 감독의 영역입니다. 데이터에만 의존하겠다는 사고방식은 인간의 통찰력을 정지시켜 위험에 빠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렌즈로, 그 렌즈를 통해 사람을 캐는(Mind mining) 거죠. 데이터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객관화하는 '주관의 객관화'를 할 수 있는 거죠. 이런 데이터를 잘 분석할 줄 아는 눈을 갖기 위해 작가는 독서를 강조합니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인문학적 소양이 필수이기 때문이죠. 통찰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고,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될수록, 데이터를 보는 사람의 역량이 더욱 각광받을 거고요.

 

5장. 배려 : 이해하라, 그러면 배려하게 된다.

  이 챕터 초반에는 '명절'의 남편과 아내의 갈등을 각자의 관점에 묶여 데이터로 늘어나는 '이혼'과의 인과 관계를 언급했어요. 이 상황 해소를 어느 한 관점에 서는 게 아닌, 갈등하는 관점을 위에서 조망할 것을 제안하고 있어요. 몹시 공감하는 바고요. 이런 Meta viewing을 통해서 상황을 객관화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기를 제안하고 있어요.

'CEO의 인격이 훌륭하면 투자한다.'

  공감(Sympathy)의 중요성으로 언급된 말이에요. 비즈니스 모델이 훌륭해도 그것을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CEO가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려는 마음이 강하다면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판매에만 목을 맨 CEO가 동료를, 고객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할까요? 종이나 지갑으로 여기겠죠. 비즈니스의 목적을 판매가 아니라 배려에 두라는 거예요. 비즈니스의 관점을 공급자가 팔고자 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에서 수요자인 사회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데에 두라는 거죠.
 
 또 한 가지,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을 제안하고 있어요.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취향, 사적 대중화에 대해 쿨한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어요. 유행을 좇으면 촌스러워 보이기에 유행을 거부하고 나만의 취향을 주장하는 것으로 나의 존재 이유를 드러내고 있는 거죠. 다름은 존중받아야 할 다양성이지 틀림, 오답이 아니란 거예요.
 만격일래(만 명에게 한 번 파는 것)라면 상관없지만, 천격만래(천명이 만 번 오는)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배려하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는 겸손함,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바라보자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에필로그

위한답시고 말하지 말라

 '관심'이라 말하고 상대방을 괴롭히는 말을 삼가해야 해요. 또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어림짐작하고 호의를 베푸는 '선한 엇갈림'도 반복되다 보면 선함이 희석되기 마련입니다. 섣부른 상상과 섣부른 관찰과 섣부른 배려에서 비롯되기 때문이죠. 앞서 데이터가 의사결정의 민주화에 위력을 더했듯이 직급과 나이가 우열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어요.
 그러니 대상에 대해 애정을 갖고 고민하기를 제안합니다. 고민하다 보면 이해하고, 이해하면 배려할 수 있게 되고, 배려가 만족을 준다는 거죠.
 Things change.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 변화하는 세태를 인정하고, 기존 경험에 빠져 기득지에 매몰되지 말고, 최신 버전의 눈으로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를 통찰로 끌어낼 본인만의 상상력을 발휘할 것을 제안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