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Aftersun : 기억과 기록의 의존

2023. 5. 18. 15:38Filmes

Aftersun은 2022년 5월 21일 칸영화제에서 개봉했어요.
한국에는 2023년 2월에야 개봉했고요.
국내 개봉 후 영화에 대하 호평이 이어졌고,
OTT에 올라온단 소식이 들리더니
2023년 5월 17일에 한국 Netflix에 올라왔네요.

넷플릭스 공개 후
제 트위터 타임라인에도 영화에 대한 짧은 평들이 들어와,
영화에 대한 기억을 소구해 봅니다.



저도 Aftersun이 국내 개봉하는 주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보았어요.
등장인물의 행동, 자세를 비롯해 그들이 사용하는 물건과
에피소드가 일어나는 공간의 의미가 쉽게 보이더라고요.
예전에 이동진 평론가의 말 '상징과 명징'이 또렷한 느낌이었어요.


시선, 영화의 관점을 의식하며 보면 감정에 더 이입하게 되요.
감독은 카메라를 통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담아요.
때로는 그 관점이 주요 등장인물들의 시선과 겹치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대상을 담아 관객을 인물의 심리에 이입시키죠.
이 영화의 탁월한 부분이, 이런 감정 이입에 자연스럽게 관객을 끌어들인다는 거에요.

여행을 마치고, 아빠는 비디오 카메라로 공항에서 아이의 엄마가 있는 런던으로 떠나 보내는 모습을 찍어요.
영화의 시작에, 그 비디오 카메라로 찍힌 영상을 보여주고,
영화의 끝에는 공항에서의 이별을 촬영한 아빠의 모습과 문을 통해 퇴장하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여줘요.
딸이 아빠의 비디오 카메라로 아빠를 찍으면서 인터뷰하는 장면처럼,
영화 내내 서로를 카메라와 비디오 카메라로 담는 장면을 담으며,
상대방의 감정과 동화되거나 충돌하는 장면을 자주 보여줘요.


추억, 회한이 얽힌 양가적 감정
영화가 종반부에 다가갈 수록,
현재를 살고 있는 딸이 약 20년 전에 아버지와 함께 떠난 여행을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이야기구나라는 걸 확연하게 드러나요.
지나간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 추억이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대부분의 추억은 '기억하고 싶은', 좋음과 연결되지만
한 편으로는 회한 같은 후회의 감정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도 하고요.
바로 이 추억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이 영화는 잘 드러내요.

방에서 잡지를 보며 음악을 듣고 있는 딸과,
바로 옆 파란 화장실에서 절규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한 장면에 담겨요.
이 장면은 아마도 딸이, 여행이 끝나고도 훨씬 뒤에,
그 당시 아버지는 바로 옆 화장실에서 절규하고 있었을 것이다를
전지적인 시점으로 상상하듯 보여준 걸꺼에요.
마치 살아 있는 동안 - 아빠와 딸이 함께한 마지막 여행으로 그려지니까요.


기록에 의존하는 기억, Behind The Scene
Aftersun에는 서로가 서로를 촬영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기억과 관련된 영화이자,
영화화 된 이야기가 딸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고,
그 기억의 많은 부분이 여행 당시에 촬영한 사진과 영상으로 뒷받침되고 있어요.
심지어 비디오 카메라고 찍고 있는 모습을
거울과 유리에 비춰진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도 자주 등장하고있요.

기억은 오롯이 우리 머리속에 남아 있는 흔적이잖아요.
그 흔적이 사진과 영상의 프레임 안의 기록을 통해서 더 생생하고 또렷하게 회상되고요.
하지만 그 프레임 밖의 모습,
BTS(Behind The Scene)은 보기 힘들어요.
이 영화의 재미있는 요소는
그 BTS를 감독의 카메라로 보여주고 있다는 거에요.
그리고 화면 안에 비디오 카메라의 화면을 담아,
프레임 밖에 있는 인물에 대한 정보까지 끌어온다는 거에요.
마치 잠만경을 통해 잠수함 밖의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처럼요.


잔잔하지만 거친 감정의 파도를 타는 영화
영화 중 아버지가 절규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따뜻한 그리스의 느긋함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지만,
밤에 바다로 뛰어드는 아빠나,
마치 클럽의 사이키한 조명을
아빠의 머리속에서 사실 절규하고 있을거란 상상을 하는 장면까지.

이제는 함께 여행을 했던 아빠의 나이가 된 딸이,
그 여행을 꿈꾼 것인지, 복잡한 심경으로 잠에서 깨는 장면이 나와요.
그리고 침대 바로 아래에,
그 여행중에, 경제적으로 궁핍한 아빠가 산 카페트-아빠의 유산 위에서
자신의 발과 시선을 떨구죠.

시끄러운 소리와 동작이 없다고
이런 장면 묘사를 보고
어떻게 등장인물의 감정이 거칠게 요동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어요.


다시 한 번 봐야겠어요.
오롯이 상영 시간 동안 집중하고 감정에 이입했지만,
놓쳤던 장면-시선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거 같아요.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한 여행에 대한 기억-추억을 소환해보려고요.
나를 거칠게 만들지만 얇게 펴 바르는 것처럼
나를 지켜 주었던 Aftersun(썬크림) 같은 부모님과 그 기억을 꺼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