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9. 14:29ㆍFilmes
영화는 김숭슝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영화 추천은 5점 중 4점.
'기생충', '설국열차'와 같이 계층, 세대 상징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영화는 아니지만,
'부자', '아파트'라는 한국적 집착에서 비롯된
계층과 상대적 우월감에 파괴된 일상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영화다.
원인은 모를, 서울 대지진으로부터 무사한 황궁 아파트가 배경이다.
산 중턱에 복도식 아파트인 ‘황궁 아파트’.
‘드림 팰리스’라는 조금 더 고급인 아파트 단지의 생존자들이 하나 둘 황궁 아파트 단지 안으로 밀려든다.
단지별 격차로 서로 반목이 있었던 듯하다.
영화의 인상 1. 음악
외형만 홀로 온전한 황궁 아파트는 주민회의를 통해 단지 밖에서 몰려온 사람들을 내쫓는다.
그렇게 영화 초반, 위기를 수습해가는 분위기를
마치 (아파트를) 경배하는 듯한 찬송 합창곡으로 부각 시켰다.
그 와중에, 자가, 전세인지를 따진다는 것도.
극 후반부에는 다시 황궁 아파트 주민들과 외부인들의 폭력으로
가까스로 재건한 아파트의 체계가 무너지는 장면에서
‘행복한 나의 집’이 흘러나온다.
영화의 인상 2. 구도
2-1. 지역구 의원
영화 초반, 황궁 아파트가 속한 지역구 의원이 등장한다.
아파트를 제외하고 행정 체계라고는 오직 임시의 황궁 아파트 주민회뿐인데,
아직도 지역구 의원이란 자리에 집착한다.
그 지역구 의원이 입고 있는 가죽 옷과, 안쪽의 모피 같은 의상.
풍채가 크지 않음에도, 마치 연단 위에 세워진 구도.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그 위치에서 멱살 잡혀 끌려 내려오는 것을 통해
사라져 버린 권위의 실추가 엿보인다.
2-2. 주민과 바퀴벌레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와 아파트를 중심으로 모인 자기들을 1등 시민으로 본다.
드림 팰리스 주민을 내쫓을 때도 그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했고,
식료품을 찾아 나서는 중에 삼삼오오 떠도는 사람들을 ‘바퀴벌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자신감의 원천에는 ‘아파트와 아파트를 신봉하는 주민회’의 우월감이 엿보였다.
하지만, 그 높은 곳에 있던 사람들은,
더 높은 곳에 있던, 떠도는 사람들의 공격을 받아 결정적인 몰락을 자초한다.
영화의 인상 3. 상징 - 지팡이, 총
초반 주민회의를 통해 아파트 주민 외의 주민들을 내쫓기 위해,
자신을 지킬 막대/몽둥이를 들고 각자 모여든다.
몽둥이는 철제 장도리로 급기야 총으로
자위적인 위치에서 공격적인 무기로 바뀐다.
초반 옷장 옷걸이의 가벼운 철봉을 들고나가선 주인공이,
후반에는 (비록 비었지만) 총을 든 데에서,
폭력이 짙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의 인상 4. 개방성
‘황궁 아파트’는 외부인들을 몰아내고, 주민들만으로 살아가기 위해 시스템을 갖춘다.
1층에 보급소를 마련하고, 주민사회에 기여한 만큼을 배급한다.
이는 급박한 상황에서 나름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 그 ‘기여도’ 평가에 대한 불만을 강제로 누르면서 촉발된 내부 불만이
주민회와 아파트 전체를 무너뜨리게 된다.
영화는 희망으로 끝내야 하지 않을까?
황궁 아파트 안에도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서울역 인근 어딘가에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그곳에서
혼자 살아남아 구조된다.
정확히 90도로 누워버린 고급 아파트를 ‘층고가 높다.’고 해석하는 긍정성은
‘황궁 아파트 주민회’가 갖었던 우월감 위에 올린 막연한 긍정과는 사뭇 다르다.
그 외에
백화점 식품관에서 많은 식료품을 찾아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 샤넬 머리핀을 주웠다.
그리고 아파트 사회가 붕괴되고, 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아내에게 머리핀을 건넨다.
머리에 꽂는 반짝이는 핀은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여성 가족들이 왼쪽 머리에 꼽는 머리핀처럼 보였다.
아마도 죽음의 복선이었겠지.
‘살아도 되나요?’
‘살아 있으니까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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