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

2011. 10. 30. 17:20Reviews

SBS 수목 저녁 '뿌리깊은 나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원작 소설은 훈민정음 반포 7일 이전의 집현전 학사 살인사건들을 다룬다고 한다.
소설을 읽지 않고, 엊그제 2~8편을 내리 봤다.(재밌기도 해서 날을 꼴딱 지새웠네!)

초반 배경은 세종 이도가 태종 이방원으로부터 양위를 받았으면서도 아버지의 그늘 아래에서 대립하는 상황이다.
그 대립과정에서 극의 인물간의 갈등을 이어갈 원한이 싹트게 된다.

무력으로서 신하를 굴복시키고, 그런 강권한 왕권이 있는 조선을 만들려 했던 태종 이방원.
문치로 백성을 다스리고자 하는 세종 이도.
'집현전'을 세워 그저 책을 읽고 은거하겠다고는 했지만, 사실 집현전은 세종의 문치의 기반이 되는 기관이다.

기간을 뛰어넘어,
세종이 총애하는 집현전 학자들의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고,
이는 태종에 의해 제거된 삼봉 정도전에 의해 세워진 밀본의 음모로 극은 전개된다.
(밀본은 근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야기하는 의원내각제와 유사한 재상중심의 정치체제를 목적으로 한다.)

현재 8편까지는 이런저런 인물간의 갈등, 원한이 이어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주의깊게 보았던 것은, 타살된 집현전 학자들이 연구하던 언어들.
사실 20년전 발본색원되어 사실상 전설로만 남았다고 여겨졌을 밀본의 재림을 암시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세종과 집현적 학자들만의 훈민정음.
전해듣기로는 실제 세종은 훈민정음을 만들기 위해 발음 및 유라시아의 다양한 언어들을 연구했었다.
극에 나타났던 범어(산스크리트 어)를 비롯해, 한자, 북방 유목 민족의 여러 언어들(몽골어, 거란어 등).

결말은 세종의 문치를 대변하는 훈민정음은 대의로,
글을 몰라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강채윤과 소이의 과거로 대변되는 민초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게 될 것 같다.

오랜만에 보게 된 국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극의 전개를 좀 더 빨리 진행하면 질리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포인트
-중년의 세종 이도(한석규 분)가 내뱉는 욕설과 그간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던 탈권위적인 모습들은,
  세종이라는 인물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게 한다.
  세종이 자신의 심경을 대변하기 위해 욕설을 하면서도 그런 말들을 표현할 길이 없다는 대사를 내 뱉는데,
  역시나 그런 대사는 이후 훈민정음 반포의 복선이 아닌가 싶다.

-세종 이도를 죽이기 위해 20년간 칼을 간 강채윤(장혁 분)과 주변인물들의 연기
  액션과 해학이 있는데... 추노에서 이랬었나? 안봐서 모르겠다.

-소이(신세경 분) 왕에게 돌을 던지고도 살아남고,
  충격으로 말을 잃었지만 천재적인 기억력과 청초함을 갖고 있는 배역. 이런 캐릭터는 그냥 참고 본다.

-정체가 드러난 밀본과 이를 파해치는 강채윤 그리고 강채윤을 감시하는 무율(금위대장).
  개인적으로 무율역할을 맡은 배우 조진웅은 영화 글러브에서 처럼 우직한 친구 역할이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