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언어 vs 소통언어

2014. 10. 10. 15:04Language


입시언어.


입시를 위해 15년 동안  '영어'를 배웠다.

'배웠다'라기보다 '가르침을 당했다'라는 말이 더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배웠던 영어는 'of course' 입시용.

중학생이 되어서야 알파벳을 배우고(물론 그 전에 알파벳을 쓸줄은 알았지만.)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외워야 했다.


영어단어 시험에서는 매번 손바닥을 맞기 일수였고,

학습 부진으로 '구타'를 당해본 경험이 그다지 없었던 터라

막무가네로 단어만 막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중1 1학기 이후로는 단어시험으로 '구타'를 당했던 적은 없다.

하지만 문법에는 여~엉 재미를 못 붙여서 폭망.

그래도 어깨넘어로 익힌 문법과 단어로 영어시험은 상위 20%(^^)에는 들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제 2외국어는 독일어(German, Deutsch)

영문법에 대한 한(恨)이 맺혀 독일어는 단어도 문법도 처음부터 마구 외웠다.

교내 독일어 성적은 상위 5%이내에서 있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의 제2외국어는 정말 수능용에 국한됐다.


그렇게

입시용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해 입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


소통언어.


2009년 영국에 사람을 만나러 갔었다.
정말 사람을.

그리고 거기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는데,

스페인 무르시아(Murcía)와 마드리드(Madrid)
그리고 슬로바키아 니트라(Nitra, Slovakia)에서 온 친구들.


옥스퍼드에서 시작된 인연은 맨체스터의 클럽으로 이어졌다.

짧은 영어와 혼자 흥미로 배우기 시작한 스페인어(Español, Spanish) 그리고 몸짓.


2012년 4월 

이스탄불의 한 게스트하우스에만 7일 머물면서,

Global Table이라는 멤버들과 페북 그룹을 만들었는데,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콜로라도(Coloado, USA) 출신 커플과

중급이상의 영어와 이태리어를 구사하던 제네바(Geneva, Swiss) 출신 청년(?)

그리고 나만큼 영어가 자유롭지 못했던 일본(Japan)에서 온 누나들

(2명, 1명은 유럽여행, 1명은 세계여행 중)

그들과 한 테이블에 모여 Global Table이는 가칭 그룹을 만들었다.


'영어'는 또 하나의 기득권을 만들기 때문에.

그 그룹에서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구강언어(Verbal Language)보다 

몸짓(Perfomance Language)로 소통하는 놀이를 했다.


이후 이스탄불의 골든혼(Golden Horn)과 에미노뉴를 잇는

완행 배에서 어떤 할아버지와 짧지만 깊은 영어 대화를 나눴다.

(자본주의의 부의 집중이 들어나는 이스탄불과 서울의 상황,
반실업 상태의 젊은이들 그리고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문화)

이스탄불 외곽 Mihrimah Sultan Mosque 앞 시장에서
과일을 사며 몸짓으로 사과와 오렌지를 교환했던 일화나.



우리가 배웠던 영어는 세계 단위의 위계관계를,

각자가 속해 있는 문화권의 모국어는
그 모국어 사회의 기득권의 모태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기위해(기득권을 위해) 언어를 배우고 있는거 아닌가?

더 많은 것을 알아가기 위해 언어를 배울 수는 없을까?


'내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내 밑바닥을 깨닫게 해준다.

특히 내 '모국어'가 제거되는 상황에서는

내 기득권이 언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