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불교용어. 화두, 나락, 찰나
2015. 1. 3. 14:14ㆍLanguage
<쿠마라지바 동상, The statue of Kumārajīva in front of Kizil Caves in Kucha>
4세기 중반~ 5세기 초반,
지금의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위치한 쿠차왕국의 왕자이자 승려였던 쿠마라지바는
현재의 시안(옛 장안)으로 끌려와 불교 경전을 번역합니다.
산스크리트어(범어) 경전의 음을 비슷한 한자음으로 옮겨 동아시아의 불교 대중화에 기여하기도 했죠.
< 타클라마칸 사막 북쪽의 천산남로의 쿠차 왕국 위치. Image from 'commons.wikimedia.org>
21세기의 한국은 한글과 같은 고유문자를 갖고 있지만, 문자의 뜻에 해당하는 단어의 경우 외래어 특히 중국 한자의 뜻을 담은 어휘가 많습니다. 멀리는 4세기부터 한반도와 만주지역에 전파된 불교의 영향으로 번역된 불교경전의 단어 또한 자연스레 일상의 우리말로 이용되게 되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몇 단어를 정리했습니다.
1. 화두
흔희 토론 프로그램이나 논쟁이 붙을 경우에, 주제에 해당하는 내용이 이야기 될 때 '화두를 던지다'라는 말을 합니다. '화두'는 불교의 한 종파인 선종에서 참선 수행과정에서 실마리가 되는 말을 가리킵니다. 어떠한 의제를 주도하고자 한다면, '화두를 던져' 보시죠.
2. 나락
벗어나기 어려운, 매우 절망적인 상태에 빠졌을 때, 흔희들 '나락으로 떨어졌다.'라고 하죠.
'나락'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지옥, 죄를 짓고 매우 심한 괴로움에 처한 중생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사는게 지옥이다라고 하지만, 사실 묘사된 지옥보다 현실 세계가 낫죠.
'나락'이라는 말이 부디 적게 쓰이는 세상이 되길 빕니다.
3. 찰나
매우 짧은 시간, 1/10^17 인 탄지의 1/10이 되는 수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 일은 찰나에 벌어졌다.'라고 하죠?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일이 벌어졌을 때를 말합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우주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불교에서도 나름의 우주관이 있는데, 공간으로서 우주가 생기고 그 우주를 감싸는 더 큰 우주, 우주 속의 우주 소우주가 만들어지는 시간. 그 시간 개념에서 매우 짧은 '찰나'의 개념이 이어지다보면 영원을 의미하는 '영겁'이 되기도 하죠.
사고는 '찰나'의 순간에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미리미리 사고의 징후를 피하시길 바랍니다.
일상 속에서 이런저런 단어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은근 불교용어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게되었습니다.
그 구체적인 의미를 매번 생각하며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어원에 대해 궁금해 한다는 건, 언어생활이 또 한 차원 깊어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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