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게스 조직행동론 신동엽교수님 청바지

2018. 10. 4. 18:36Diary

엇! 게스?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녹색띠의 2호선 열차가 멈추고

'취~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환승역,

사람들이 분주히 내리고 열차에 오른다.


노약자석이 있는 열차칸 뒷쪽의 문으로 올라탔다.

붐비는 열차 안에서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기 위해

몸을 웅크린다.

열이 오른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며

고개를 숙인다.

얼굴을 감싼 손가락 사이로
바지 뒷쪽 주머니의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역삼각형의 청바지 로고.

엇! 게스?



신동엽, 조직행동론

덩치도 크고 통통한 남자 교수님이 들어오신다.

시종일관 웃음을 띠고 있는 표정이 밝다.

강의안을 이야기하시며,

아직은 수강변경기간이라

여유로운 첫 주 강의가 될 법도 한데.

이번 강의는 꽤나 힘들게 진행될 것 같았다.


5~6인이 한 조.

매주 1개의 비즈니스 케이스에 대해서,

각 조는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 중 1개 조는 발표와 질문을 던진다.

발표하지 않은 조들은 예상질문도 준비하고,

케이스 기업의 사례에서 도출할 수 있는

비지니스 상황분석을 내놓아야 한단다.



분필, 손수건

2시간, 1시간으로 나눠진 주 3시간의 강의에서,

교수님은 초반 50% 정도는 열강을 쏟아내셨다.

50은 훌쩍 넘은 듯 한데도,

얼굴의 땀과 입술에

하얀 침 거품을 연신 닦아내신다.

옅은 파란색의 청바지 그 뒷 주머니에
게스 로고가 있다.



면바지, 청바지

뱅뱅이나 입었을까?

언제부터는 교복만 입고,

대학에 입학하고서는 면바지만 입었다.

청바지는 노동복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입을만한 청바지 자체에 개념이 없던 때였다.


청바지를 갖고 싶다. 입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게,

신동엽 교수님의 그 게스청바지를 보고부터다.

열강하는 교수의 뒷모습,

그 나이에 제법 탈 권위적인 청바지와 가죽자켓.



과외, 할부

제대 후, 과외를 시작했다.

옷차림에도 슬슬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내에 론칭한 해외 청바지 브랜드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말에,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청바지를 할부로 사서 입었다.

그 후로 청바지, Jean을 입고 있다.



요즘도, 아직도?

게스 청바지는 정말 오랜만에 봤다.

어느 브랜드의 옷이건,

그 브랜드 로고는 비슷한 자리에 있기 마련이다.

게스의 청바지 로고는 오른쪽 뒷주머니에,

디젤의 그것은 오른쪽 앞주머니에 스몰 포켓에 띠처럼.

얼굴을 감싸쥔 손 사이로 보인 그 로고를 보면서,

이제는 10년 정도 된,

그 때의 게스 청바지와 그 교수님이 떠올랐다.

전철에 뛰어 올라

얼굴의 열을 쓸어내던 그 찰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