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에 대한 심오한 접근 : Battlestar Galactica, Caprica

2009. 9. 1. 18:40Reviews

누군가는 2Mb의 데이터 용량을 갖고있다고도 하지만,

인간의 머리속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데이터를 엮어내도 300Mb가 되지 않는다고,

어떻게 저장하느냐(how to save)보다
어떻게 접근하느냐(how to access)가 문제라고.

Battlestar Galactica의 프리퀄 시리즈 Caprica에서 조이는 그렇게 말한다.



너무나 재밌게 보았던 Batttlestar Galactica. 원래 좋아했던 SF류이기 때문보다,
그 안의 인물의 갈등과 고민이 너무 잘 녹아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의 열병을 앓는다고 할까?
어제 연을 쫓는 아이를 보고도 그랬었지만,
무언가에 정신을 놓고 보다보면 꿈 속에서 그 스토리라인으로 헤매며 흠뻑 땀에 젖곤 한다.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보면서 몇 번이고 그렇게 앓았던 기억이 있다.

인간의 머리속을 휘 젓고 있는 여러 기억들. 결국엔 데이터일 뿐인 그것들에,

'기억이 없다면, 그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는 단서가 무엇일까?'
(다른 말로, 기억이야말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이다.)

란 질문에 너무 혼란 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단순히 300Mb밖에 되지 않는다면...(물론 그 이상도 될 수 있겠지만...)

결국에 인간과 같이 기억에 접근할 수 있는 물리적인 형태에 인간의 기억을 다운로드 해낸다면,
데이터 원형의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
소위 영혼이라는 형이상학적인 접근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인간의 영혼조차 복사해내거나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내가 아닐 수 도 있다는 말인데...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면 할 수록 더욱 복잡해진다.
어찌됐든 생각과 판단의 단계를 거치면 거칠 수록,
과거에 있는 원형의 나에서 미래의 새로운 나로 분화되는 것이니까...
그 분화 과정의 트리에서 도태되는 또 다른 내 모습은 시간 속에 파묻혀서
어떤 형태로 드러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인간형 사일런들은 하나의 원형에서 어떻게 개개의 개성으로
분화되는지 보여준다. 카프리카 1호 모델 안에서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일런들이 존재하듯...


각설이 길어졌지만, Caprica 기대된다.
화려한 SF영상은 아니더라도, 어떤 갈등 속에서 Cylon이 탄생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