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존재

2014. 6. 29. 16:15Reviews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랑 이야기, Her



프롤로그

'Her'라는 영화를 8일의 텀을 두고 2번을 봤습니다. 
뭐 대단한 영화라서 그럴까 싶지만, 
처음엔 너무 피곤해서 중간중간 졸면서 봤거든요.
영화 중간중간에 몽환적인 영상과 배경음이, 
'Her', 사만다의 목소리도 
스칼렛 요한슨의 낮은 허스키 톤이라서 
잠이 오더군요.

여튼, 가까운 미래의 LA를 배경으로,
SF적인 요소들이 등장하지만, 
영화의 이야기와 인물의 감정선, 
영상 또한 서정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인위적인 슬픔을 표현하는 이야기와 
또 다른 매력의 멜로물입니다. 그래서 추천합니다.



배우(Actors)

이 영화의 주인공 Theodore는 손편지 대필작가입니다.
이를 연기한 배우는 
글레디에이(2000년 작)에서 
황제역할을 맡았던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eonix)입니다.
사만다의 목소리는 스칼렛 요한슨이였고,
아파트 이웃 Amy는 에이미 아담스(Amy Adams).
전 부인 Catherine는 루니 마라(Rooney Mara)가 연기했습니다.

에이미 아담스, 스칼렛 요한슨은 
워낙에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죠. 
캐서린 역의 루니 마라는 
'드래곤 문신을 한 소녀(2012)'의 
그 거친 여주인공을 연기했었네요.



영화의 상징 1. 정제된 도시 속에서 감성을 갈망하는 사람들
영화는 가까운 미래의 도시, 
LA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촬영은 상하이 푸퉁지구와 LA에서 촬영됐어요.
 
두 도시 모두 번잡한 공간이지만, 
영화에서만큼은 대체로 적당한 여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티오도르의 직업은 손편지 대필가, 
정제된 도시 안에 손편지 대필작가라는 직업이 다소 아이러니 한 설정이네요.

티오도르의 패션을 잘 보세요. 
주홍색 셔츠와 하이탑팬츠(허리 위로 높게 올라온 바지)가 
유행에 떨어진 모습같지만, 
티오도르가 손편지 대필가로서 인정받는 그 지점. 
그의 글에서 묻어나는 감성, 
소위 우리가 그리워 하는 과거의 모습, 
감정선 '복고'를 상징합니다. 

그의 옷차림, '복고적 상징'이 갖는 향수만큼 
그의 감수성이 담긴 편지와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성격 또한 
감성에 대한 향수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부분들입니다.
(소개팅 장면을 보면, 
첫 만남에 편안한 티오도르의 모습에 빠져드는 
Amelia의 모습을 생각해보세요. 
티오도르의 편지를 
칭찬하는 디렉터 Charles의 대사에서도)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사만다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빠져드는 판국에, 
티오도르의 외모보다 그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 
감성에 빠져드는 극중 인물들을 보면서, 
지금, 메마른 감성을 갈망하는 도시민들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영화의 상징 2. 눈 높이 위에 있는 카메라 시선
 영화에서 카메라의 시선은 대체로 위에서 아래 또는 등장인물의 시선 높이를 유지합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감성영화 치고, 유독 자주 등장하는 기차(또는 전철) 장면을 생각해보세요. 산 옆을 지나가는 기차 안에서 나무 수를 퀴즈로 대화하던 장면에서 창밖의 산을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는 산과 같거나 위에서 아래로 산을 바라보는 장면이죠? 당일 여행을 위해 도심을 가로지르는 지상열차 장면에서는 창문 밖으로 도시가 내려다 보입니다. 그리고 티오도르의 고층 사무실 밖의 장면, 티오도르의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는 도시, 커플 데이트로 찾은 높은 언덕 위. 관객의 시선인 카메라 시선의 높이가 대체로 높고, '조망'하는 관점을 유지합니다.
 높은 건물을 올려다 보세요. 왕을 아래에서 우러러 본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시선은 그 시선을 갖은 사람들이 압도되는 시점입니다. 결코 편안하지 못해요. 하지만 마주보는, 내려다 보는 시점은 그 관점을 갖은 사람에게 '전지적'인 관점을 제공합니다. 신(God)이나 관찰자의 시점, 그 만큼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을 투영하기도 쉽고, 시선을 거둬드리기도 쉽죠.
 가까운 미래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죠? 외로운 도시인의 모습을 담고 있구요. 관객은 카메라의 시선으로 영화속 인물들을 바라봅니다. 도시를 내려다 보듯 영화속 인물들을 내려다 봅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티오도르의 모습이 등장할 때마다 흐르는 루즈한 배경음처럼, 상황에 따라 인물과 적절한 거리를 두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관찰자로서 부담없이 공감할 수 있는 입장을 갖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상징 3. '경험','지능' 그리고 '감정'이 '존재'에서 만난다.

영화 속 사만다는 '인공지능' OS입니다. 하지만 '경험으로 개별적인 인텔리전트(지능)으로 성장한다'는 사만다의 그 대사에서 성장하는, 변화하는 인간 또는 생명 개체의 '지능'에 대해서 생각해볼만 합니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 조차, 같은 가정에서도 각기 다른 자극으로 각기 다른 개체로 성장해가는데요. 똑같은 코드의 OS로 시작하지만, 그 OS에 영향을 주는 구매자(티오도르 등)와의 관계, 접속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에 따라 각기 다른 OS로 변화한다는 그 개념이죠.
외부의 자극을 '느낌'으로 처리하는 개념을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OS가 어떻게 '느낀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만다를 '느낀다'라고 말하는 티오도르의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 '느낌'의 실체, 감각기관을 통한 외부의 물리적 자극과 그 자극에서 비롯되는 '감정'의 실체 사이에서 실존을 고민해봅니다.
 경험은 사만다에게 있어서 개성을 만들어가는 전제조건이자, 소멸된 Adam Spiegel을 그의 기록(경험)을 짜집기하여 인격체로서 복원되었다는 개념이 다소 복잡하게 엮여 있네요.
 영화에서 OS Samantha는 관계망(Network) 속에서의 경험으로 지능과 감정을 갖춘 '존재'로 변화합니다. 적어도 티어도르에게는요. 그 '존재'와의 연속적인 관계(연애), 소멸된 관계(이별)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티어도르와 사만다의 멜로 라인이 형성되는 거죠. 결국에 사만다를 존재로 규정하기 위한 대전제는 백지에 적어내려지는 글과 같은 '경험'입니다.




 멜로영화(?) 답게, her는 그리 부담없는 장면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사회의 여러 단편을 상징적으로, 때로는 대사를 통해 직설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나'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한 번쯤은 의문을 품었을 '존재' 그리고 물리적인 실체에 대한 의문 등, 주제의식을 갖고 본다면 결코 가벼운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영화를 보고난 뒤에 부족한 필력과 짧은 생각으로 나마 영화 her에 대해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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