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창 그리고 애미냄 선생.

2012. 9. 3. 13:58Diary

어제 홍대앞 바이클 샵에 들렀다 집에 오는 길에 비를 맞이했다.

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어느 할머니께서 자리를 깔고, 이어폰을 깔고 창을 연습하고 계셨다.

지금은 익숙지 않은 그 '소리'지만, 어릴적엔 나름 자주 들리던(듣는게 아니라.) 소리였었다.


내가 나고 자란 고창엔 판소리 6마당을 정리한 신재효 선생의 고택이 있다.

조선시대 헌종-철종-고종에 이은 8명창 이후에 고창에는 많은 명창들이 있었다 한다.

김수영, 김창록, 김찬업, 진채선, 김토산, 김성수, 김여란, 김소희 명창 등.


<근대 판소리 명창 인간문화제 고 김소희 선생>


신재효 선생은 판소리의 이론가, 후원자 역할을 하시던 분이라 한다.

우리가 영화 '서편제'를 통해 서편제*를 주로 알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흥했던

동편제*의 맥을 잇는 명창들이 활동하던 곳이 고창이라고 한다.


어릴적 소풍으로 다니던 명창들의 고택과 유적들.

고등학교 인근에 세워진 판소리 박물관등.

어찌 듣다보면 고단한 민중의 삶의 소리가 들리는데,

어느 새 내 귀는 그럼 사람의 말로 노래하는 감정보다,

전자 기기로 리코딩 된 전자음과 비트에 더 익숙해져 있었다.


<최근 내한한 쌀나라 미주리주 출신의 애미냄 선생>


사람의 목소리로 풀어내는 삶의 이야기는

이는 멀리 미국 중동부에서 삶의 고단함을 노래한 애미냄 선생의 서양창과도 정서적으로 맞닿는다.



*서편제와 동편제를 나누는 기준은 섬진강이라고 한다. 서편제는 슬픈가락과 전음의 기교가 있어 다소 여성스러우며, 동편제는 씩씩한 가락에 기교를 삼가한다고. 다소 격한 감정을 노래하는 애니냄 선생은 동편제와 맥이 맞닿는다. 지역을 나누면 대체로 서편제는 전라남도 지역, 동편제는 전라북도 지역으로 나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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