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박완서 작가 단편소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中

2019. 5. 28. 10:49Book Reviews

 

온갖 곡예를 다 부리면서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사이에 노을은 사위고 아이는 잠든 것으로 그 이야기는 끝난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나에게 영원히 결론 없는 이야기로 남아 있다.
자세히 들여보면 다 덕담이니 중툭을 자르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라고 이르는 할아버지의 음성은, 그 까탈스러운 쇳소리는 오데간데없고 바람든 무처럼 퍼석했다.

-단편 소설집 '기나긴 하루' 中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에서-


이제는 흔히 쓰지 않는 표현, 그렇게 잊혀질 언어를 남기신 작가님이 소천하신지도 여러해가 됐다. 한 글쟁이, 작가의 죽음은 그렇게 언어의 소실을 당겼다. 사라져도 될 말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사람만 잊혀지는게 아니라, 글과 말도 사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