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공허, 치유와 치료

2019. 6. 19. 12:54Diary

2016년 6월에 쓴 글이네요.

메모장에 적어둔 글을 다시 옮겨 적습니다.

 


오랜만에 혼자 떠나온 자동차 여행이다.
노트북, 옷 몇 가지만을 챙기고서 떠나는 이런 자동차 여행은,
예전 여자친구가 있을 때부터,
마냥 도로 위를 달리는 그런 패턴이곤 했다.
헤어진 뒤 8개월.
모처럼 혼자 다시 여행을 떠나왔다.
작년 8월에는,
2002년에 마무리 짓지 못했던
3해안 여행 중 마지막 코스,
부산~경주~포항~울진~강릉~서울 코스를
1박 2일 동안 마무리했었다.
이번 여행은,
여태 한 번도 와보지 못한(지금 여기에 있으니)
순천과 여수를 둘러보러 왔다.
정확히는 위치를 찍으러 왔다고 해야할까?
적어도 30명은 족히 들어갈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
오늘 밤은 나 혼자 예약되어 묵고 있다.
혹여, 주인 가족들에게 피살될까 싶은,
귀기스러운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이 넓은 공간에, 나 혼자 있다.
공허함이 몰려오지만, 주변으로부터 안으로 파고드는 이런 외로움도
언제까지 즐길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스스로 외로운 상황으로 내몰기도 하고,
내가 내몬만큼, 스스로 감내할 부분이기도 하다.
여행은,
외로움으로 내몰면서 스스로 치유해가는 과정, 뭐 그런가 아닌가?
(괜한 허세와 여유)
No cure, yes heal. 치료와 치유.
질환과 상처에 대응되는 이 말.
치료가 질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거라면,
치유는 아문 상처의 흔적을 보듬어내는거라 생각한다.
여행은 과거의 나쁜 기억과 경험으로부터 치유해가는 과정이다.
여행으로 깊어가는 밤이다.
내일은 음식을 싸들고, 순천만 습지를 지나,
원래 있었던 곳으로 되돌아 간다.
여행은, 그렇게 도돌이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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