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기차여행

2022. 8. 30. 16:54Diary

10:29
나는 아직 오늘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07:05
5분전 울리는 알람을 끄고 일어났다.

07:06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로 가는 버스가 집앞 정거장에 11분 뒤에 온다고 한다.

07:18
애초에 타려던 버스를 놓쳤다.

07:23
다행히, 타려던 번호의 다음 버스가 3분뒤에 도착한다고 한다.

07:40
기차역까진 16분 걸린다고 하더니… 처음 타보는 버스지만 정거장 사이 거리가 너무 가까운거 아냐?

07:46
지하의 기차역 플랫폼에 줄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07:55
다음 기차를 알리는 전광판에 기차 아이콘 2개가 사라졌다.

07:56
연이어 이어지는 방송, 그래도 다음은 오겠지 생각했지만 역시

07:58
지하철 역사 내 장애인/노약자 엘리베이터를 타보는 게 얼마만인지

08:01
기차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빠져나오며 08:22으로 예약한 기차표 반환을 시도해본다.

08:03
오늘따라 기차역 앞 도로도 막힌다.

08:05
예정된 기차보다 1시간 늦은, 그래도 중간 정거장을 덜 서는 기차를 다시 예매했다.

08:06
하필, 버스편이 자주 없는 정거장 방향 출구로 나왔다.

08:21
기차역까지 곧바로 가는 버스는 역시 없다.

08:24
전철역이 나오자 마자 내릴지 말지 고민했다.

08:27
전철로 환승하려 했지만, 그 다음 버스 정거장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또 다른 버스를 갈아 탔다.

08:33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버스 안이 주는 느낌이 신선하다기보다 낯설다

08:35
한국 나이로 마흔이구나 싶었지만 내 체력 몸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도 한 켠 들었다.

08:37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08:39
버스는 돌아서 서대문과 광화문으로 향한다.

08:43
며칠 전부터 도넛이 먹고 싶었는데, 전철로 갈아타려는 정거장 직전에 도넛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08:44
도넛을 포기하고 전철역 안으로 들어섰다.

08:45
대부분 사무실로 바쁜 걸음을 옮길 시간이지만, 난 오늘 출장이니까.

08:47
용산역 방향 시청역 1호선 플랫폼에 서 있다보니 아주 예전에 이렇게 추울 때 만났던 사람이 떠올랐다.

08:51
서울역 다음 남영역이라니, 전철로 남영역 앞을 지나는게 얼마만인지

08:56
서울역과 남영역이 이렇게 멀었던가?

08:58
용산역에 내려 고속열차 플랫폼으로 건너가기 위해 전철역을 빠져 나왔다.

08:59
아직 내가 탈 09:22 기차는 배정된 플랫폼으로 들어서지 않았구나

09:01
잠깐 의자에 앉아 챙겨온 비스킷을 한 입 베어문다.

09:03
앉을 때는 보이지 않던, 노숙자 분들이 내 앉은 벤치를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09:04
남은 시간이라도 잠깐 더 걷자 싶어 큰 역사 안을 서성여 본다.

09:08
열차 여행을 알리는 팜플렛 앞에서, 일반 열차를 타고 갈 수 있는 다른 곳들을 찾아본다.

09:11
타려는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나보다.

09:22
텅빈 객차 안을 둘러보고 일찍 기차에 오른다고 생각했는데 풍경은 스르르 뒤로 밀리기 시작한다.

호감, 비호감이랄만한 느낌 없는, 어쩌면 비호감에 가까웠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팟캐스트를 들으며 시작부터 꼬인 출장 기차를 찾아 출근길을 배회했다. ‘일단 해보는 거죠.’란 그 말이 낯설어졌다가도, 그렇게 최근 몇 년 사이에 노조활동에서 정치활동에 뛰어들기까지의 모습을 보며, 올해는 류호정 의원을 후원할까 잠깐 망설였다.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류호정은 어떤 사람일지 여러 잡생각 사이사이에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남쪽을 향할 수록, 바깥은 흰색으로 밝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제대로 구경 못한 눈으로 반사된 햇빛이 시큼해질 정도다. 기차가 종착지 역으로 들어선다.

 

언제 기록한 글인지도 모를 기차를 타고 1박 2일 출장을 가던 날의 기록이다.
언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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