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다이어리 :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Notas de viaje

2009. 9. 29. 13:59Reviews

보통 시골에서의 유년이라고 하면 들과 산에서의 모험같은 장면들을 생각하기 쉽다.
물론 국민학교 어린 시절, 학교 뒷산을 관통하는 너구리굴을 통과하는 것이
용기있는 아이로 추앙받았던 때가 있었다.
(실제로 3번쯤 그 굴을 통과했던 것 같은데, 국민학교 3학년쯤 되니까 몸이 커서 더이상은 힘들었다.)
그 외에 내가 세상을 알아가는 길은 EBS에서 해주던 역사다큐멘터리, 과학다큐멘터리였다.
난 그것들을 통해 밖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했었고,
국민학교 사회과부도가 닳고 닳도록 꺼내보며 어딘가의 위치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었다.
여행에 대한 내 생각이 미치기만 했던 때는 거기까지.
막상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났던 때는 대학교 1학년.
날 극한의 외로움에 놓아두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서해-남해-동해를 아우르는 여행 계획을 세워 떠나고 돌아온 내자리엔 정말 외로움만 남았었다.
그 때의 기억은 지금 몇 장의 사진으로만 남아 있고, 다시금 생각하면 마음이 아련해 온다.

올해 초에는 처음으로 해외에 나갔다왔다.
Sightseeing과 같은 관광여행이라기보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여행이였다.
19시간의 비행과 3시간의 만남 8일간의 방황 그리고 다시 17시간의 비행.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난 내 신념을 들어줄 사람을 만났고 마음이 통했었다.
내가 내 여행 이야기를 돌이켜 보는 이유는, 또 다른 한 사람의 여행이야기를 돌이켜 보기 위함이다.


영화 'The motorcycle diary'를 보고 그 때가 떠오르더라.
원작 여행기. Notas de viaje의 영문 제목은 motorcycle diary
Ernesto Guevara. 일명 Che Guevara라고 불리던 아르헨티나 청년의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다.
Che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친구, 동지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체게바라와 그의 동료 알베르토는 이 낡은 포데로사를 타고 아르헨티나의 코르도바를 출발해 칠레까지 갔다.
여행기 자체만으로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기댈곳 없는 데에서는 꿋꿋하게 살아남아 여행을 이끌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인상깊다.


게바라도 마추픽추(Old Mountain)에서 서서
잉카제국의 역사와 인디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영화와 원작 여행기에서 
체는 자기가 속한 라틴 문화권의 역사와 삶의 관찰자의 모습이다.
이후 중미와 쿠바를 여행하면서 급진적인 성향으로 변모한다고 한다.

너무도 잘 알려진 사람의,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를 읽으며
내 나름의 여행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번역본이라 그런지 원본의 느낌을 잘 전달해주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스페인어를 마스터하고 이는 것이 아니니,
원본을 본다한들 그 사람의 생각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도 없을터.
그 자신이 아닌 다음에야 그 감상을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