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열매보다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무를 준비하는 시기.

2014. 5. 6. 02:36Diary

20대에 맞이하는 사춘기, '오춘기'

 내 20대에 봤던 대부분의 20대는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였다. 솔직히 20대는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젊은 나이 아닌가 싶다. 내가 좋아하는게, 잘하는게 무엇인지 알아갈 10대를 놓치는 대부분의 한국의 젊은이에게, 20대는 늦게 맞이하는 사춘기, 누군가는 '오춘기'라고도 하더라. '사춘기' 청소년들은 성(性)에 눈을 뜨고, 그 성에서 비롯되는 생명에 호기심을 갖고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자기 존재에 대해한 호기심이 채워지면, 이제는 자기 선호에 대한 탐색에서부터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의 20대는 그런 경험을 입시 이후에야 경험한다.


내 20대의 방황, 탐색

 운이 좋아 20살 재수시절에는 주말 오후면 여의도 공원이나 올림픽 공원에서 Aggressive Inline을 타던 사람들, 음향기기 동호회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 중에는 그림도 그리고, 대학도 다니고 음악도 하고, 사진도 찍는 사람, 잡지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늦었다면 1년이지만, 그 1년 동안 내 생각의 기준이 '당위'에서 '선호'로 바꼈고, 남은 20대는 '선호'와 '당위' 순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해왔다. 결과로서 무언가를 이루려기보다, 과정으로 어떻게 되고 있는가, 과정이 나에게 의미 있는가가 내 의사결정의 우선순위였다.

 물론 주변에 '고시'를 패스한 친구들, 사회적으로 좋은 직장을 구한 친구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내심 부러웠지만, 귀한 것을 얻었기 때문에,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삶에 대해서는 한편으로는 연민을, 나에게는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20대 후반에서야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어렴풋하게나마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의 젊은은 '판단'보다 '이행'하는 대상

 대학을 졸업한지 5년이 넘었고, 학부시절 선후배들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 5급 행정관/사무관/외교관, 검사 동기와 변호사 선배 등. 나름 사회에서도 인정받을 '자리'를 꿰찬 사람들이 많다. 누구 하나 결혼한다고 하면, 각자 자기 부가 어떻다는 이야기, 마치 자기가 소속된 나라의 부처와 맡은 사건이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 하는 것 마냥 느껴질 정도로 다가오니 실로 대단한 일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크다면 큰 조직 생활을 하면서 느낀건, 조직이 커질 수록, 보수적일 수록, 구조의 가장 아래에 있는 조직원에게는 '생각'보다는 '수행' 직무가 많다. 내가 판단하고 결정하기보다 지시에 대한 이행이 대부분이다. 그 '사고없음'이 관성으로 머물기 전에 '관성조직'을 버리고 나왔고, 내가 고민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다녔다.


결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충족보다 비움에서 오더라

첫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 안되는 퇴직금을 정산받기 3주전까지는, 그 한 없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원래 '소비지향적인 삶'도 아니였기에 당장 궁핍이 찾아오진 않았다. 하지만, '미래'를 고민할 수록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한기는 '위기'였다. '경제적인 여건'을 생각할 때마다 내 삶은 자꾸 '결여'를 향해 갔고, 그 결여를 충족시킬 방법을 고민하면, 막막함이 다가왔다. 현재의 소유에서는 자유로워졌을지언정 미래의 소유에까지는 아직 자유로워지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기합리화와 대안적 삶에 대한 고민에서, '유목'의 삶을 지향하게 됐다랄까? 내가 바라는 '풍요'가 있는 곳을 향해 가는 삶, 새로운 공간과 사회에 적응해가는 '유연한 삶의 자세' 어느 한 사회에 정착하기보다, 내 삶에 맞는 환경을 찾아다니는 유목민의 삶. 그런 삶에서는 물질적으로 무언가를 갖는다는게 오히려 짐이 됐다. 덜 소유해야하고, 더 알아야 하는 삶. 스스로를 더 많은 지식과 경험으로 채워야 하는 삶이였다.


삶은 하나의 성취보다, 완성해 가는 과정.

20대 많은 돈을 갖을 수 있다. 갖는 방법은 '상속'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성취'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상속'은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지만, 20대의 소유의 '성취'는 결코 만만지 않다. 소셜커머스의 붐이 불던 2010년 중후반, 자기가 창업한 티몬을 매각해 이른 나이에 수백억을 손에 쥔 신현성 티몬 대표조차도, 사실 그 뒷배경을 보면 '삼성'과 '중앙'과 같은 든든한 버팀목 위에서 그 시대의 '경향'으로 창업하여 얻어낸 경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IT 업계에서 '자수성가 거부'가 된 사업가들 중에는 그들의 젊음을 성취하여 얻은 안정의 종착점보다, 시행착오로 세상을 알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3040에서야 뜻을 이룰 정도의 괄목할만한 성공을 이룬이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결코 그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성취, 또 다른 성취를 향해 '움직인다.' 그런 그들의 삶에서 '안주하는 성취'보다 '완성에 다가가는 삶'을 본다.


지금 스스로 젊다고 생각한다면,

'하나의 사과를 따려고 바둥거리기보다, 좋은 사과들을 맺을 수 있는 나무가 될 수 있는 준비'를 권하고 싶다. 삶은 내가 기대하기보다 재밌지만도, 지루하지만도 않다. 어떤 삶일지는 자기 선택에 달려있고, 그 선택에 따라 100년을 넘길지도, 지금 당장 마무리 지을지도 모르는 게 삶이다. 더욱 지속가능한 삶은 '사과'보다 '사과나무'에 있다. 부디 열매보다 열매를 맺는 나무로서의 삶을 만들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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