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가치, 팬츠 그리고 자전거

2012. 7. 29. 00:21Diary

중고물건을 내놓을 때...


물건의 가치를 자기 기준에서 보는 사람이 있다.

공장이든 장인의 손을 거치든, 

물건을 쓰는 사람의 용도와 다르게 그 가치는 가격에 반영되어 사람들 앞에 놓여지게 된다.


하지만 중고물건은 조금 다르다.

물건의 급과 전 주인의 사용방식에따라 현재의 상태가 결정되고 가치를 매겨지게 된다.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이라도, 장인의 공방에서 물건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원하듯

자신이 구매한 가격과 사용한 기간, 그리고 현재의 상태를 꼼꼼히 따져서 중고품으로 가격이 매겨진다.


나는 다소 꼼꼼하지 않게 물건을 사용한다.

다만 중고로 물건을 내어놓을 때는 다른 사람이 간절하거나, 쓰이지 못할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

간혹 내가 제시한 가격에도, 상대방과 의사를 조율해서 가격을 낮춰서 거래한다.

하지만, 물건 그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처음 부터 가격에 관심을 갖는 사람과의 거래는 유쾌하지 못하다.

물건의 상태에 대해서 꼼꼼히 설명하기도 전에 가격이 얼만지 떠보거나,

내가 제시한 조건은 무시한체 낮춰달라고 떼를 쓰는는 사람이 있다.

그건 거래의 기본이 아니라 생각한다.


다시 들여놓다.


오늘 중고로 내놓았던 하키 팬츠를 다시 거둬들였다.

물건은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이 제대로 써야한다.

중고로 팔려고 했던 하키 팬츠, 오랜만에 다시 써보니 좋은 물건이였다.


4~5년 전쯤 최상급이였고, 3년전 재고물건으로 제법 저렴하게 구입했었던 건데.

최근 썼던 코어팬츠 대신, 다시금 입고 운동해보니 역시 당시에 상급으로 만든 물건의 값어치를 했다.

이 물건을 그 사람이 요구한 가격에 넘겼다면, 그 사람은 그 가격으로 이 물건을 썼을거다.

하지만, 다시금 써보니, 내가 중고시장에 내놨던 그 가격보다 더 큰 쓸모, 갚어치를 갖고 있었다.

물건의 쓸모에 대해서 스스로가 잘 몰랐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단지 치환된 물건인가? 함께할 물건인가?


자전거에 대한 환상은 자전거를 배운 중학생 시절과 가끔 작은 오토바이를 타던 중~고등학생 시절로 이어졌다.

그리고 군제대 하는 날 서울에 돌아와 가장 처음 한 일이 

이거저거 꼼꼼히 따져 군생활동안 모았던 돈이 아깝지 않을 미니벨로를 샀던 것이엿다.

가격대 성능비도 좋았지만, 다소 무겁지만 단단한 프레임이 좋았고,  

그 자전거를 설계한 Dr. Dahon의 철학도 마음에 들었다.

2007년에 구매해서 5년을 사용했던 지난달까지,

일자바를 불바(Bullhorn bar)로 커스텀하면서 변속계열, 제동계열을 교체해서 썼다.

(물론 그 사이, 여러번 더 상급 모델을 구매하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하지만 내 삶의 방식이 바뀌면서 좀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자전거가 필요 했고,

지난달 비앙키(Bianchi Pista Steel) 픽시를 입양했다.

내 몸에 맞는 사이즈보다 작은 사이즈(55에서 53)였지만, 꼼꼼하게 따져 중고로 가져왔다.(그래도 좀 나에겐 부담됐다.)

하지만, 이전 주인에게서 받은 물건은 작년 모델이지만, 거의 타지 않은 듯 프레임은 말끔하고,

바람만 채워넣은 체로 타지 않았는지 타이어 마모정도에 비해 옆면이 삵은 상태는 좀 더 되어 보였다.

그럼에도 가죽으로 된 영국제 안장과 가죽 바테잎 그리고 페달 등 이런저런 부품은,

여윳돈으로 기본 물건에 값을 올려놨지만, 타지않아 쓸모를 잃었던 물건이였단 생각이 들었다.

구매 후 사이즈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은 현 상태에서 최대한 내 몸에 맞는 피팅(Fitting)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전에 타던 미니벨로는 그동안 내가 썼던 값어치와 쓸모 그리고 지금의 상태를 반영해서

판매한 가격보다 더 잘 써줄 새 주인에게 넘겨주었다.

이제는 새로운 자전거에 내 쓸모에 맞게 쓰고 조금씩 변경해가며 쓸 요량이다.


물건, 단지 돈에서 치환되는 그것이라기 보다,

내 삶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내가 쓰는 그 물건들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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