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은 삶을 박탈하는 것. by 김어준

2011. 12. 6. 20:39Reviews

2010년 'Shall we talk'에 실린 지승호씨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글을 옮깁니다.

지승호 : 늘 얘기하는 거지만, 한국 사람들이 30대, 40대가 되어도 성인이 되지 못하는 구조가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더 불쌍한 거잖아, 애들은 변할 수 잇는 가능성이나 있지.

김어준 : 그것을 다 구조의 탓이나 사회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거지. 
물론 그것이 큰 함수이기도 하고, 애초에 어른이 되기 힘들도록 사회구조가 타이트하게 짜여 있긴 한데, 그게 모든 것의 핑계가 될 수 없다는 거지. 어쨌든 고민상담을 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뭐냐 하면 사람들이 자기가 언제 행복한지 모른다는 것이었어. 하고 싶다고 다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그리고 내가 언제 기분이 좋고 행복한지 굉장히 쉽게 파악이 되거든. 그러다고 해서 그렇게만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은 아는데, 내가 언제 행복한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는 거의 고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직관적으로 파악이 돼.... (생략)


김어준 : 우리나라 부모들 교육이 잘못되고, 크게 각성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이런 거야. 애들을 조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부모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선택을 대신해준다고. 왜냐하면 최소한의 기회비용으로 최선의 선택만 하게 하려고 하는 거야, '내가 다 해봤는데 이게 제일 좋아'라고 애들 대신 선택해줘. 그래서 대학생들 수강신청도 대신해주고, 직장도 대신 선택해주고, 결혼상대도 대신 선택해주는 거야. 그렇게 해주고 나서 부모가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해. 성공으로 가는 최단거리를 닦아줬다고 생각하거든. 이게 정말 바보 같고 위험한 생각인 게, 사람은 절대 그런 식으로 배울 수가 없고, 공짜로 배울 수가 없다고. 자기가 실수하거나 오류를 저지르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선택해서 그 선택의 결과를 지가 맞이해가면서 배울 수밖에 없는 거라고. '아, 이게 잘못됐구나'하고 받아들여야 자기 것이 되는 거지. 그렇게 선택을 대신해서 서른 살을 만들어서 어떤 직장에 보냈어. 그 순간 애는 내가 왜 여기 와 있는지 모르는 거야.... 개녜들한테 물어보면 '부모들이 하라고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야. 한번도 자기가 선택해보지 않은 거지. 이제 니가 선택해서 나머지 삶을 살아보라는 건데, 어릴 때부터 30대까지 쌓인 훈련의 결과로 만들어진 자기 정체성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없으니까 빈깡통이 왜서 서른 살이 되어도 이제 뭘 해야 될지 몰라서 주저앉아버린다는 거야. 그런 애들을 양산하고 있다니까.



대부분의 학교 교육은 책 속에 적힌 것들을 보고 암기하는 식이다. 

경험교육이라고 하는 것이라봐야 대외 봉사활동과 현장학습이지만, 허울뿐인 봉사활동이 된지 오래고, 

현장학습은 대부분이 '직접관찰'과 사색이라기 보다는 이질적인 공간에서 숨을 트이는 형식에 머물고 있다.

직접경험이 어려운 부분은 책을 통해 간접경험하는데에는 공감. 

하지만 직접 현장을 찾고 당사자와 이야기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적 학습과정이 없이 어떻게 자기 선호를 규정지을 수 있을까? 

책을 통해 봤더니, 보다 생생한 TV를 통해 봤더니 그게 마음에 들더라, 그러니 난 그걸 해야겠다. 

아니면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공무원이나 의사들이 사회적 권력과 돈을 쥐게 되니 나도 그걸 쫓아 가야겠다, 

그런 수준에 머물고 있는거 아닐까?
그런 환경에서 한국사회는 직업적 다양성이 결여된게 아닐까? 

기존의 틀을 벗어나면 불안해하고, 

선택지 안에서 자기결정권이 주어질 때라야 

스스로 불안과 공포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